[홍루몽] (54) 제2부 진사은과 가우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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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난데없이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어지럽게 났다.
아니 이 밤중에 무슨 일일까.
봉씨와 교행, 그리고 집안 식구 모두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웅성거렸다.
하인들이 마당을 바삐 가로질러 대문안쪽에 서서 큰소리로 물었다.
"누구시오?"
"본부에서 나왔소. 신임 부사께서 주인 어른을 모셔오라는 분부시오"
하인들이 대문을 여니 바깥에는 나졸들이 위엄을 갖추고 늘어서 있었다.
하인들이 봉씨의 아버지 봉숙에게로 허겁지겁 다가와 나졸들의 말을
전하였다.
그 전갈을 받은 봉숙은 혼비백산하여 대문께로 달려나왔다.
"누굴 찾으십니까?"
봉숙은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짐짓 여유를 보였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집 주인어른인 진선생을 어서 모셔오라는 분부시오"
"진선생요?"
봉숙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진선생이라면 분명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 사위 진사은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었다.
"그렇소. 이 집 주인어른이 진선생이 아니시오?"
나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관리가 봉숙의 눈치가 이상한지 새로
확인을 해보았다.
"이 집 주인은 소인이온데, 성씨가 봉으로 진씨가 아니옵니다.
진씨라면 이전에 우리 집에 얹혀 살던 사위가 진씨였는데, 집을 나가
행방이 묘연한지 벌써 이태가 넘었습니다. 혹시 그 진씨 사위를 찾으시는
것은 아니온지?"
그러자 관리가 버럭 언성을 높였다.
"당신이 진씨이건 당신 사위가 진씨이건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오.
우리는 이 집 주인 어른만 모시고 가면 되니 당신이 부사님에게로 가서
진선생에 대해 자초지종을 아뢰도록 하시오"
"도대체 부사님이 왜 부르시는 거지요?"
"그건 우리도 잘 모르오. 부사님이 기다리시니 자, 빨리 갑시다"
봉숙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한 가운데 관리와 나졸들을 따라
본부로 갔다.
주인어른을 모시고 오라고 했고,그리고 진선생이라고 경칭을 쓴
것으로 보아서는 적어도 나쁜 일은 아닌것 같으나 무슨 일에 연루가
될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혹시 사위 진사은이 살인이나 강도,도적과 같은 범죄를 저질러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사위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이유가 자기가 저지른 범죄로
인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
아니 이 밤중에 무슨 일일까.
봉씨와 교행, 그리고 집안 식구 모두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웅성거렸다.
하인들이 마당을 바삐 가로질러 대문안쪽에 서서 큰소리로 물었다.
"누구시오?"
"본부에서 나왔소. 신임 부사께서 주인 어른을 모셔오라는 분부시오"
하인들이 대문을 여니 바깥에는 나졸들이 위엄을 갖추고 늘어서 있었다.
하인들이 봉씨의 아버지 봉숙에게로 허겁지겁 다가와 나졸들의 말을
전하였다.
그 전갈을 받은 봉숙은 혼비백산하여 대문께로 달려나왔다.
"누굴 찾으십니까?"
봉숙은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짐짓 여유를 보였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집 주인어른인 진선생을 어서 모셔오라는 분부시오"
"진선생요?"
봉숙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진선생이라면 분명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 사위 진사은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었다.
"그렇소. 이 집 주인어른이 진선생이 아니시오?"
나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관리가 봉숙의 눈치가 이상한지 새로
확인을 해보았다.
"이 집 주인은 소인이온데, 성씨가 봉으로 진씨가 아니옵니다.
진씨라면 이전에 우리 집에 얹혀 살던 사위가 진씨였는데, 집을 나가
행방이 묘연한지 벌써 이태가 넘었습니다. 혹시 그 진씨 사위를 찾으시는
것은 아니온지?"
그러자 관리가 버럭 언성을 높였다.
"당신이 진씨이건 당신 사위가 진씨이건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오.
우리는 이 집 주인 어른만 모시고 가면 되니 당신이 부사님에게로 가서
진선생에 대해 자초지종을 아뢰도록 하시오"
"도대체 부사님이 왜 부르시는 거지요?"
"그건 우리도 잘 모르오. 부사님이 기다리시니 자, 빨리 갑시다"
봉숙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한 가운데 관리와 나졸들을 따라
본부로 갔다.
주인어른을 모시고 오라고 했고,그리고 진선생이라고 경칭을 쓴
것으로 보아서는 적어도 나쁜 일은 아닌것 같으나 무슨 일에 연루가
될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혹시 사위 진사은이 살인이나 강도,도적과 같은 범죄를 저질러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사위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이유가 자기가 저지른 범죄로
인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