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막대한 투자자원조달, 양질의 기술인력확보, 제품의 짧은
라이프사이클로 인한 높은 위험성등으로 말미암아 이전까지 한국의
대기업들이 진출한 여러업종과 비교해볼때 전혀 새로운 유형의 산업
이었지요. 그러나 한국기업특유의 저력으로 메모리분야에서 세계1위를
차지할만큼 이산업은 급성장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성장사를 일본과 비교해 개괄적으로 정리한 "반도체
이야기"(민음사간)를 펴낸 조동성교수(46.서울대)는 반도체산업의 성공은
당시의 기업환경및 경영자의 결단, 기술인력의 흡수, 독특한 한국형 기업
문화등이 낳은 결실이라고 얘기했다.

"한일 반도체산업성장사"라는 부제를 담은 이책은 경영학자의 시각에서
양국 반도체산업의 전개과정 비교를 통해 양국 산업구조와 형식을 살핀 것.

특히 과학자와 현장의 기술자등이 집필에 협조하는등 학자적인 입장과
사례중심의 접근으로 반도체산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부분을 다뤘다.

"일본기업은 반도체산업에 진입한지 32년만인 1986년 미국을 누르고
세계를 지배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기업들이 미국을 추월한 방식과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 방식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어요. 도전에서 시작해 기술을
모방하고 성공하는 과정의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이죠"

조교수는 특히 일본이 반도체에서 미국을 추격할 수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산업기술정책과 자금의 지원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

"일본 반도체산업 발전은 민간기업과 정부가 서로 조화하면서 일구어낸
공동작품이었으며 발전의 주도권은 민간기업이 주로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정부만능의 발전메카니즘을 주장하는 논지는 수정되어야 하지요"

그는 이러한 점은 한국에서도 적용된다고 강조한다.

반도체산업에서만큼은 한국정부의 무간여정책이 성공요인중 하나가 되었다
는 얘기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이 일본에서 배워야할 점도 아직 많다고 말한다.

일본기업들은 각자 특화된 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부분들이 서서히 빛을
발하면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한국은 3-4개회사만 빼면 진공상태나 다름없으며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ASIC(주문형반도체)등 비메모리분야에서는 상당히 열악한 실정이라는
것.

조교수가 반도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때문이었다.

"92년 일본에서 객원교수로 정책과제를 연구하던중 일본학자들이 보다
구체적인 산업사례연구가 필요하다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특히 한.일간
산업발달에 대한 비교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중 반도체산업을 통해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있는 동기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과제처럼 보였습니다"

조교수의 다음작업은 대만의 반도체산업을 연구하는 것.

우리를 맹추격하고 있는 대만의 기업연구를 통해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알아보자는 의도이다.

조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및 하버드대 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서울대경영대학 학장보로 재직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