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엑소더스. 유대인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모세의 얘기가
아니다.

90년대 들어 젊은 공인회계사들이 잇따라 회계법인을 뛰쳐나와 기장정리
등 세무대행업으로 전업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3월을 전후에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감사대상기업체가 12월 결산법인들이고 3월께 이들 기업에
대한 감사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감사가 마무리되면 한숨돌릴수있고 그러면서 자신의 업무(회계감사)에
대한 회의를 갖게된다.

동시에 미래와 진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되고이내 돌파구로 자영업으로의
독립 을 결심한다.

C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독립한 C회계사의 경우.시험에 늦게 합격한
C씨는 5년째 회계감사업무를 맡다 직업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

지난해초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낼수 없는데도
자신의 소견을 감사의견에 반영할수 없었다.

물론 회계법인의 압력 때문이었다.

물론 끝까지 자신의의견을 고집할수 있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쩌겠냐는 자괴감이 먼저 일었다고 한다.

곧바로 감사반을 구성하고 독립했다.

현재개인사무소를 차려 세무업무를 통해 홀로서기를 하는 공인회계사는
전국적으로 7백40명정도이다.

감사반수도 전년보다 32개 증가한 1백80개에 이른다.

90년만해도 1백명이 채 안됐으나 해가 갈수록급증하는 추세이다.

회계활동을 하는 3천여명의 회계사중 4분의 1정도가 이런저런 이유로
회계법인등에서 탈출,세무대행업무를 주업으로 하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젊은 회계사들의 독립은 업무에 대한 회의나 조직에 대한
갈등때문이라고만 몰아부칠수없다.

자영업자를 위해 입출금전표나 거래계산서를 토대로 수입과 지출을
한눈에 파악할수있는 장부를 만들고 이를 기초로 세무서에 대신
신고해주는 업무가 마냥 좋게 여겨져 전업한다고 볼수는 없다.

전업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역시 수입에 있다.

자리만 잡으면 누릴수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점은 또다른 사유로
꼽을수있다.

A회계법인에 근무하는 7년차 회계사 L모씨는 동료들의 성공담이 종종
화제거리에 오른다고설명한다.

2월중 일주일씩 출장을 다니며 고생할때는 독립한 동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C회계법인에서 5년동안 근무하다 지난 93년 독립한 J회계사는 적어도
경제적으론 성공한 사례.33살이란 젊은 나이에 아무런 어려움없이 독립한
것이다.

강남세무소인근에 개업한 J회계사는 그동안 모았던 8천만원의 자금으로
13평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고객유치에 나섰다.

처음에는 건당 5만원도 받고 10만원도 받았다.

사소한 것을 문제삼지않고 고객유치에 주력했다.

개업초창기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6개월이 채안되 자리를
잡을수 있었다고한다.

이제는 사무장 한사람 여직원 6명을 고용하고 1백20여 고객을 완벽한
전산프로그램을 갖추고 관리하고있다.

고객중에는 법인도 있고 약국 세탁소등 개인사업자도 있다.

매달 1억원규모의 수입을 올리고 월급등경비를 제하고 절반정도가
자신의 수입으로 잡힌다.

3월 법인들의 세무조정,5월 종합소득세신고기간은 별도의 수입을
잡을수 있다.

그러나 회계사의 전업이 늘면서 영업환경이 치열해것 또한 사실이다.

회계학원강사로 뛰거나 관련 책자라도 내놓을 정도로 수완이 좋아야
성공할수있다고한다.

최근 파트너의 이동으로 전업을 결심한 S회계사는 강남쪽에 사무실까지
계약했지만 6월 개업을 앞두고 불안하기만하다.

후발주자가 시장을 개척하기가그만큼 힘들기 때문.그래서 젊은 회계사들의
전업선택이 더욱 활발해지는지도 모른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