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주가폭락사태는 국내경제사정을 과열로 보는 정부의 진단에서
시작됐다고 할수 있다.

정부의 이같은 시각은 곧 통화환수등 긴축정책으로 이어져 증시주변사정을
경직시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경기가 과열인가에 대해서는 국내경제내용을 다시
분석해 볼 일이다.

국내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는데 반해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증시에 대해
큰 기대를 하면서 대한주식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기
판단차이에 근거하고 있다.

홍콩에 있는 영국계증권사인 HG아시아는 최근 발표한 한국시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한국경제가 한국정부의 우려만큼 과열이 아니라고
진단,외국인들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HG아시아의 한국경제진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업계의 과잉투자는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니고 완만한 성장이 이어지면서
이자율은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동성도 확대되고 최근의 투자에 힘입은 수출증가로 무역적자폭도 크게
축소될 것이 예상된다.

당장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민총생산(GNP)의 구성
내용을 분석해 보면 총고정자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1년이후 계속
줄고 있다.

기계류 주문도 최근 6개월평균증가율이 94년초의 37%나 89년의 80%에
비해 크게 낮은 16.5%에 그치고 있고 생산시설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오히려 자본재투자증가는 기업보다는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소비재수입의 경우도 전체수입의 10%선에서 최근 10년간 머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때 한국의 과잉투자는 문제될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정부가 중화학 철강부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함으로써 적절한 투자시기를
놓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원화는 일본엔화에 대해 급격히 절하되는 반면 미국달러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무역적자의 경우 수출이 엔화보다는
달러화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최근의 외환변동은
수출확대의 기회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시중금리의 상승기조는 한국은행의 긴축정책때문이라기보다는 기업들의
자금수요로 야기되고 있다.

인플레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고 통화증가율이 목표수준을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돈줄을 죌 명분이 없는 것이다.

다만 통화증발이 곧 인플레라는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한국정부가
값싼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을 막는 정책을 펴고 있는것이 시중금리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나 선진8개국(G8)에 진입하려는
현정부의 야심을 감안할때 한국의 대외개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같은 한국경제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HG아시아는 한국증시가 올해
아시아에서 가장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매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7년간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고 주가현금수입비율도 아시아에서는 가장
낮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계와 미국계 자금이 대한투자를 확대하고 일본계자금까지
한국증시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외국인들이 경기과열을 우려하고
있는 국내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외국인주식투자한도확대와 맞물려 국내증시가 다시 활황을
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