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끄러운 한국인 .. 김형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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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길 대참사 사상자 수백명"
바로 얼마전에 본 신문기사의 제목이 지난주말 또다시 지면을 장식했다.
이번에는 다리가 아니라 지하철공사장이다.
아현동 도시가스폭발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현장은 아직도 폐허인채로
있는데 대구의 지하철공사장이 도시가스관에서 새어나온 가스폭발로 붕괴돼
또다시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다.
즐거운 소풍길에 나서며 오늘은 갈고 닦은 노래솜씨를 뽐내보리라던
중학생, 바람직한 사도의 길을 가겠다던 교사, 각양 각색의 꿈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하늘에서, 바다에서, 땅에서 그것도 모자라 땅밑에서 무고한 많은 시민들이
아무런 죄없이 죽어가고 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때 차라리 한국인인 것이 부끄럽다던 사람들, 한국을
떠나고 싶다던 사람들.
그들의 반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나서서 외치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인가.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총리가 현장을 방문하고, 대통령은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관계기관에
당부했다.
대형사건이 일어날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과실이 입증되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은 사고가 난 사실을 잊어왔고 또 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는 되풀이해서 발생하곤 했다.
그만큼 큰 사고를 당했으면 됐을텐데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오로지 성장만을 목표로해온 한국인의 삶, 단기간내에 앞서가는 나라를
따라잡겠다는 "압축성장"이 빚어낸 일이다.
빨리 빨리와 속도전에 익숙한 한국의 건설일꾼들이 만들어낸 사상누각,
바로 그것이 대형사고를 되풀이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이다.
아직 대형사고까지야 일어나지 않았지만 분당 일산등 신도시의 건설과정
에서 빚어진 부실의 과정을 보자.
정부의 최고책임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주택건설을 위해 한꺼번에 200만호의
주택건설계획이 세워졌다.
필요한 건설노동인력이나 건자재의 조달이 원활할지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약속한 시일안에 집을 지으려면 무리를 할수 밖에 없고 건설업자들은 다음
공사를 염두에 두고 저렴한 가격에 입찰을 한다.
그 비용에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부실공사는 뻔한 일이다.
모래가 모자라면 바닷가의 것이라도 갖다 써야 기일내에 아파트를 완성할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수도권주변에는 몇개의 신도시가 세워졌다.
물론 그안에 지어진 아파트는 여기저기 하자 투성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공사를 따냈는데 어떻게 충실한 공사를 할수가
있겠느냐고.
그뿐 아니다.
공사 한건 제대로 해내는데 얼마나 많은 세금아닌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 비용을 빼내려면 철근 빼돌리고 시멘트 도둑질해야 한다.
여기에 적당주의도 한 몫을 한다.
아현동 가스사건때도 가스누출경보기는 울렸다.
경보기를 점검하고 원인을 파악해야할 사람들이 "전에도 아무런 이유없이
누출경보기가 울렸었다"는 경험을 토대로 적당히 넘어갔다.
성수대교는 어떤가.
무너지기전 성수대교는 인간에게 위험을 알렸다.
적어도 사고 하루전 다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관리를
맡았던 사람들은 혹시 차량의 바퀴가 빠질까봐 철판을 까는 것으로 대처
했다고 한다.
어떤 전문가는 성수대교만한 다리가 무너지려면 적어도 6개월전부터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한다.
설계 잘못도 있을수 있지만 다리는 적당히 일을 처리한 인간에게 위험에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얘기다.
얼마전 미국인들을 경악케 했던 오클라호마시의 연방정부건물 폭발사건하고
는 격이 다르다.
그것은 인명을 살상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범죄집단이 저지른 테러행위
이지만 대구사건은 누가 무엇이라고 변명해도 인재임이 틀림없다.
이제 이대로는 안된다.
더이상 앞만보고 성장만 할때가 아니다.
허겁지겁 달려만 온 길을 되돌아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점검해야만 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래도록 지탱할수 있는 튼튼한 뼈대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이건 지하철이나 아파트건설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당주의를 없애고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할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내도록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국인임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
바로 얼마전에 본 신문기사의 제목이 지난주말 또다시 지면을 장식했다.
이번에는 다리가 아니라 지하철공사장이다.
아현동 도시가스폭발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현장은 아직도 폐허인채로
있는데 대구의 지하철공사장이 도시가스관에서 새어나온 가스폭발로 붕괴돼
또다시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다.
즐거운 소풍길에 나서며 오늘은 갈고 닦은 노래솜씨를 뽐내보리라던
중학생, 바람직한 사도의 길을 가겠다던 교사, 각양 각색의 꿈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하늘에서, 바다에서, 땅에서 그것도 모자라 땅밑에서 무고한 많은 시민들이
아무런 죄없이 죽어가고 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때 차라리 한국인인 것이 부끄럽다던 사람들, 한국을
떠나고 싶다던 사람들.
그들의 반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나서서 외치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인가.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총리가 현장을 방문하고, 대통령은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관계기관에
당부했다.
대형사건이 일어날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과실이 입증되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은 사고가 난 사실을 잊어왔고 또 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는 되풀이해서 발생하곤 했다.
그만큼 큰 사고를 당했으면 됐을텐데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오로지 성장만을 목표로해온 한국인의 삶, 단기간내에 앞서가는 나라를
따라잡겠다는 "압축성장"이 빚어낸 일이다.
빨리 빨리와 속도전에 익숙한 한국의 건설일꾼들이 만들어낸 사상누각,
바로 그것이 대형사고를 되풀이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이다.
아직 대형사고까지야 일어나지 않았지만 분당 일산등 신도시의 건설과정
에서 빚어진 부실의 과정을 보자.
정부의 최고책임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주택건설을 위해 한꺼번에 200만호의
주택건설계획이 세워졌다.
필요한 건설노동인력이나 건자재의 조달이 원활할지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약속한 시일안에 집을 지으려면 무리를 할수 밖에 없고 건설업자들은 다음
공사를 염두에 두고 저렴한 가격에 입찰을 한다.
그 비용에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부실공사는 뻔한 일이다.
모래가 모자라면 바닷가의 것이라도 갖다 써야 기일내에 아파트를 완성할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수도권주변에는 몇개의 신도시가 세워졌다.
물론 그안에 지어진 아파트는 여기저기 하자 투성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공사를 따냈는데 어떻게 충실한 공사를 할수가
있겠느냐고.
그뿐 아니다.
공사 한건 제대로 해내는데 얼마나 많은 세금아닌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 비용을 빼내려면 철근 빼돌리고 시멘트 도둑질해야 한다.
여기에 적당주의도 한 몫을 한다.
아현동 가스사건때도 가스누출경보기는 울렸다.
경보기를 점검하고 원인을 파악해야할 사람들이 "전에도 아무런 이유없이
누출경보기가 울렸었다"는 경험을 토대로 적당히 넘어갔다.
성수대교는 어떤가.
무너지기전 성수대교는 인간에게 위험을 알렸다.
적어도 사고 하루전 다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관리를
맡았던 사람들은 혹시 차량의 바퀴가 빠질까봐 철판을 까는 것으로 대처
했다고 한다.
어떤 전문가는 성수대교만한 다리가 무너지려면 적어도 6개월전부터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한다.
설계 잘못도 있을수 있지만 다리는 적당히 일을 처리한 인간에게 위험에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얘기다.
얼마전 미국인들을 경악케 했던 오클라호마시의 연방정부건물 폭발사건하고
는 격이 다르다.
그것은 인명을 살상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범죄집단이 저지른 테러행위
이지만 대구사건은 누가 무엇이라고 변명해도 인재임이 틀림없다.
이제 이대로는 안된다.
더이상 앞만보고 성장만 할때가 아니다.
허겁지겁 달려만 온 길을 되돌아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점검해야만 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래도록 지탱할수 있는 튼튼한 뼈대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이건 지하철이나 아파트건설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당주의를 없애고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할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내도록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국인임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