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5월10일 넬슨 만델라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초대 흑인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3백40여년의 기나 긴 백인에 의한 인종차별정책(Apartheid)은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정치개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수도 있다.

물론 그 배후에 깔려 있는 오랜 피흘린 투쟁과정없이 그러한 정치개혁이
실현될 수 없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은 놀라울 정도로 급진전된다는 것을
남아프리카나 우리의 문민정부 출범과정에서 불 수 있다.

개도국의 정치개혁과정에서 볼 때 그 성격이 어떻든 정치개혁이 경제성장을
통한 국민생활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그것도 단기간내에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그 정권은 단명으로 끝난다.

또 정치적 사회적혼란의 악순환은 되풀이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만델라 정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때문에 만델라 정부는 "국가재건 개발사업계획"(RDP :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Programe)을 발표했고, 그 사업의 핵심정책으로 "중소기업개발
육성국가전략"이란 중소기업백서를 내놓게 되었다.

이 백서는 내각과 의회를 통과한 명실공히 국가재건을 위한 중소기업육성
전략문서라는 점에서 남아프리카 국민들의 미래발전향방의 기본틀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 구체적인 추진계획안에 대한 중소기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견해를
수렴하고, 그 계획안의 타당성여부에 관한 자문을 국제전문가들로 부터
받기 위하여 만델라 대통령자신이 지난 3월28일부터 나흘간 "대통령 중소
기업대회"를 더반시에 있는 엑스포센터에서 개최한바 있다.

이 대회에는 80만 중소업체 대표및 유관기관 사회단체 대표등 약2천여명이
참가했었고, UN기관(UNCTAD, ILO, UNDP 등)을 비롯 세계각국의 중소기업
전문가 약20명이 초청됐다.

필자도 초청을 받아 특히 중소기업육성을 위한 기반조성에 관해 자문을
하게 되었다.

이미 언급한대로 이 대회는 RDP의 핵심정책으로 중소기업개발과 육성전략을
중소기업인들은 물론 유관기관과 국민들에게 널리, 그리고 대대적으로 알릴
뿐만 아니라 세계각국으로부터 전문가들을 초청함으로써 그 전략의 타당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UN및 세계개발원조기구들로부터 지원을 얻고자하는
정치적 의도도 내포하고 있었다.

개회식에서 만델라 대통령은 환영사및 대회의 의의와 목적에 관한 그의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바 있다.

첫째 4천2백만의 인구중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흑인들의 40%이상이
실업상태에 있고, 흑인들이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이 영세한
소기업이다.

그나마 인종차별 정책하에서 금융지원이나 시장접근의 기회에서 부당하게
차별을 받아온 결과 한계기업의 상태에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비추어 볼때 중소기업개발과 육성이 가장 절실한 정책이라는
것이었다.

둘째 중소기업육성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으며 결코 무상지원이나 보조금지급등의 정책은
펴나가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지방 자치정부나 민간기관 개인 중소기업들의 자조.자구 노력을 정책
추진의 기본적 전략으로 택하겠다는 점과, 넷째 향후 5년에서 10년간에 걸쳐
착실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국민들의 절대 다수(흑인들)가 경제적으로
힘을 가질수 있도록 국가발전 전략을 추진해 가겠다는 점을 역설했다.

개회식에서 만델라 대통령의 개회사에 이어 덴마크의 개발협력장관, UNCTAD
사무총장서리, EU의 공업담당부총장등의 격려사가 있었다는 점에서
남아프리카 정부는 이번 대회를 자국의 중소기업대회로 국한시키지 않고
세계적인 여론조성과 호응을 요청하고 있음을 엿볼수 있다.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표방하고, 세계시장에의 통합을 목표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우리나라는 남아프리카의 이러한 대회나 그 후속조치을 보고
어떠한 입장과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아프리카대륙은 아놀드 토인비박사의 말대로 지구에 남아있는 유일한
신개척지나 다름없다.

선진국이나 중진국들이 아프리카진출을 계획하고 추진함에 있어 거의
대부분이 남아프리카를 거점지로 선택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약 3천2백달러정도이나 백인들의
소득이나 생활수준은 서구인들에 못지 않게 높은 편이다.

백인들이 관장하고 있는 산업이나 금융업등은 세계적 수준의 것들이
상당수가 있고 교역도 매우 활발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남아프리카는 금 다이아몬드 망간 알루미늄 크롬광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식물성제품들도 상당량 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가장 발전된 나라이고 아프리카대륙의 남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북쪽으로 위치한 아프리카대륙의 국가들에 진출하는데 전략적
으로 중요한 거점이 아닐수 없다.

둘째 현재 대기업들과 포철등에서 교역차 진출해 있는데 앞으로는 RDP및
중소기업육성정책의 틀안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진출할수 있는 진로를
찾으면 오히려 중국이나 동남아로 진출하는 것보다 더 유리한 시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RDP사업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건설업체
나 그와 관련된 산업체들이 연합하여 남아프리카로 진출하는 것은 1970년대
중동진출에 버금가는 기회를 확보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셋째 남아프리카정부의 중소기업육성정책개발에 한국정부나 중소기업유관
기관들이 협력하는 방안을 우리측에서 선행적으로 제의함으로써 양국간의
유대를 강화해 나갈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들도 그러한 협력을 현재 갈망하고 있다.

세계화전략의 차원에서,아프리카대륙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서
남아프리카의 중소기업개발육성사업에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과 대기업들이
연계하여 진출하는 공조방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