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산행 골프등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모임을 조직하는
일을 주변에서 허다히 볼수있다.

그러나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우리모임은 주위에서 흔히 볼수 없는,
어쩌면 유일무이한 동호인 모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둑을 통해 인품을 닦고, 도타운 우정을 쌓아가며, 한국여성바둑
발전에 한몫을 하자는 취지아래 1986년 4월에 닻을 올렸으니 어언 10년의
연륜이 쌓였다.

처음에는 물론 한국여성기우회(한국여성바둑연맹 전신)의 회원으로
만났으나 연령과 기력이 비슷한 회원들끼리 수담을 나누다보니 정기적이고
독자적인 모임을 결성해보자는 의견이 도출되었다.

그것이 곧 우리의 "동그라미 바둑모임"이다.

회원은 모두 15명으로 박성애 현회장, 이옥순 16대회장, 박귀희 박숙현
이주영 이희자 박혜준 배석분 이명례 정승연 지동선 최영명 황혜란 제씨,
그리고 필자이다.

회원들의 기력분포를 보면 2급이 1명, 3급이 2명, 4급이 3명, 5급이
5명, 6급이 4명이다.

급수는 유동적으로 매월 리그전을 벌여 그 성적을 토대로 매년 1회
1~2명씩 승급시키는 방법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연 1회정도 토너먼트로 회원들중에서 자체 우승자를 가려내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회원들에게 기력향상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외에
모임에 대한 흥미와 애착도 불어넣고 있다.

매월 첫째 수요일 오전11시, 종로2가 한국기원 종로회관 5층 연맹
사무실. 그날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역대회장도
몇분 있고 한국여성바둑을 키우고 이끌어나갈 동량들도 많이 있다.

모두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바둑의 오묘한 이치를 보면 바둑은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일상의 잡다한 틀을 잠시나마 벗고 지우끼리 수담을 나눌때 그것은
정녕 카타르시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회원들은 가정에서도 바둑을 통한 여가선용을 한다.

남편들과 같이 대화를 나누고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내면을
읽는다.

한국의 애기가들이여, 오늘부터라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호구와 장문과
축을 한번 가르쳐 보시라.

( * 필자는 프로기사 유시훈의 모친임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