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중앙연산처리장치(CPU)로 불리는 펜티엄이 PC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또다시 혼란속에 몰아넣고 있다.

펜티엄은 일반 컴퓨터사용자들에게 새로운 PC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과 그것을 가져야만 정보사회에 뒤떨어지지 않게 된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심어주고 있다.

국내 PC제조업체들도 뒤질세라 일제히 펜티엄 PC를 내놓고 한달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최고의 성능을 갖춘 컴퓨터라고 주장해왔던 486 PC를
구식기종으로 여지없이 평가절하한다.

언제나 CPU는 PC를 구성하는 주변가족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앞서나갔다.

숫자비교만으로도 CPU가 다른 식구들을 뒤돌아보지 않고 얼마나 독주를
즐겼는지 금세 알수 있다.

미 인텔사에서 발표한 펜티엄칩은 기본적으로 64비트의 연산처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CPU가 계산한 결과를 가족의 다른 구성원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
(HDD)나 그래픽카드등에 보내주는 데이터버스는 아직까지 기껏해야 16비트
에서 32비트정도의 속도를 낼 뿐이다.

게다가 이같은 하드웨어 기반위에서 사용자들이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운영체제(OS) 프로그램은 16비트 방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멀티미디어 PC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윈도즈 3.1"은 여전히 한번에
16비트의 연산처리를 하도록 맞춰져 있다.

그 운영체제 프로그램위에서 느릿느릿하게 돌아가는 것이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손끝에서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들이다.

PC는 단순히 CPU의 힘만으로 속도와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가족들과의 조화가 완벽하게 이뤄질 때만이 PC는 제대로의 성능을
낼 수 있다.

펜티엄이라는 말에 일반 컴퓨터사용자들이 무작정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