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한 히스테리시스는 최근들어 새롭게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는
환율과 국제수지의 관계를 해명하는데도 이용되고 있다.

히스테리시스란 외부적인 힘에 의한 어떤 물체의 성질변화가 변화의
원인이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이역현상을 말한다고 했다.

80년대중반까지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미국은 불어나는 무역적자
문제로 고심했고 급기야 85년부터 선진국들의 공동환시개입으로
달러가치는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그러나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달러강세가 약세로 반전되었음
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제수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은 바로
히스테리시스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80년대 전반기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많은
외국기업들이 미국내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유통및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교두보( beachhead )라고 불리는 이같은 대규모 투자는 일종의 매물비용
(sunk cost)으로 80년대 후반과 90년대초에 걸쳐 지속된 달러화의 약세
에도 불구하고 외국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달러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후에도 미국시장에서 발을 빼거나
달러약세로 인한 수입물가의 상승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지 않고 수입
물량을 유지한채 자신들의 이윤폭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달러화의 환율은 80년대말에 이미 80년대초반의 수준으로
되돌아갔음에도 무역적자가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지 않는 이른바
히스테리시스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에 있어서 환율이 큰폭의
변동을 보일 경우에 히스테리시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환율이 소폭으로 변동하는 경우 대규모의 투자를 유인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73년 국제외환시장에서 변동환율제가 채택된 것이 80년대 들어
국제무역에 있어서 히스테리시스가 나타나는 배경이 되었다는 말이다.

작금의 엔화강세가 이같은 국제시장의 히스테리시스를 되돌릴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