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같은 큰 일이 터질때마다 정부가 어김없이 내놓는 사고예방대책에
는 공통점이 많다.

예방대책실행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거나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등이다.

국민부담을 줄이기위해 재정기능을 강화한다거나 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라는
평소 정부관계자들의 "철학"은 큰일이 날때마다 으레 실종되고
만다.

사고조사가 한점의 의혹없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그럴듯하게 포장된
예방대책이 발표되고 거기에는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들이
포함되곤 하는게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이번 대구폭발사고수습절차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검찰과 경찰이 서둘러 사고를 수습하려한다는 비난속에 통상산업부가
서둘러 내놓은 "가스안전관리체계개선계획"도 역시 국민들의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오는 96년까지만 징수키로 약속했던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가스안전관리기금의 징수시한을 5년연장해 2001년으로 늘린 점이
대표적 사례다.

계획에 없던 액화천연가스(LNG)에도 새롭게 가스안전관리기금을
부과키로 해 사용가구의 부담은 가중될수밖에 없다.

정부는 안전관리투자재원을 확충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이를
탐탁게 생각할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부설기관으로 가스안전기술연구센터를 설립키로
한것도 사고만 나면 기관이나 조직이 늘어난다는 통설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가스안전을 책임져야할 가스안전공사의 임원들이 안전과는 거리가
먼 외부인사들로 구성됐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상황에서 부설기관을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안전관리가 강화될수
있을까.

그간의 대형사고가 대책이 미흡해서 터졌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미 마련된 대책을 정부관계자들부터 공사현장의 인부들까지 모두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사고예방의 관건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성수대교붕괴와 아현동가스폭발사고에서 이미 이같은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도 외양간만 자꾸 고치려 드는것은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할수 없다.

그나마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기관만 새로 설립하려는
낡은 생각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수 있을지가 더욱 의문시된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