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중심가에서 약10km 길이의 거대한 황강대교를 건너면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가면 새로 조성된 공장지대가 나타난다.

이 공업단지안에 중국 최대의 플로트(부법)판유리공장인 상하이필킹톤
(SYP)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의 판유리공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용해로 한가운데 황색불꽃이
끊임없이 타오른다.

이 공장의 하루생산량은 7백t규모.

모든 제품이 건축용과 자동차용 고급판유리다.

연간출하량은 4백50만상자에 이른다.

이같은 출하량에도 불구,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기존라인옆에
새 라인을 건설하는 용접기소리가 요란하다.

남경에 있는 남우유리유한공사는 당초 이 지역 내수용판유리를 공급하는
조그만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기존시설을 거의 폐기하고 총3천만달러를 새로 투입,
대규모의 플로트 판유리공장건설에 나섰다.

4월말부터 우기에 접어들어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가운데서도 기술자들은
완공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오는 7월초 이 공장이 완공되면 2백만상자의 고급유리가 쏟아져나오게
된다.

요즘 중국에는 어느성을 찾아가든 유리공장을 짓기에 분주하다.

하북성의 태황도요화유리창을 비롯 산서성태원평판유리창 산동성위해유리창
복건성하문신화유리창등 31곳에서 대규모유리공장을 건설중이다.

SYP와 남우유리는 고급유리를 생산하지만 이밖에 건설중인 대부분의
공장은 중하급의 건축용 유리를 생산하게 된다.

신증설이 이처럼 심한 것은 일단 중국내 건축붐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SYP의 팽포정공장장은 이같은 물량위주의 신증설에 큰 우려를
나타낸다.

"중국에서 올해안에 18개의 유리공장이 완공되면 이미 내년초부터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힌다.

현재 중국의 유리생산량은 연1억1천5백만상자규모.

여기에다 내년까지 13개공장이 더 준공되면 공급과잉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

더욱이 45개공장이 타당성검토및 설계작업에 들어간 상태여서 앞으로
4년뒤에는 적어도 3억상자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를 완전히 앞지르는 수치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걱정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왜 유리공장을 계속 건설하는가.

남우유리의 유상규부총경리는 "그동안 중국내에서 유리공장들은
중앙정부가 규제해 상당히 짭짤한 재미를 봐왔으나 이같은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성단위에서 재정확보를 위해 유리공장건설에 무턱대고
매달리기 시작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이로인해 피해를 보게 된 것은 한국의 유리업계라는 것이다.

국내 판유리업계는 올연말 또는 내년초 중국내의 판유리공급과잉현상이
발생하면서 다시 한국으로의 덤핑수출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유리는 중량 때문에 거리가 먼나라로 수출하기는 꽤 어렵다.

중국의 유리공장들이 밀고들어갈만한 시장은 한국밖에 없는 셈이다.

또다시 물밀듯 한국시장을 덮칠 저질판유리덤핑을 사전에 막기위해서는
현재실시중인 조정관세의 연장등 대책이 굳건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 남경(중국)=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