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4일부터 시행하는 금융전업기업가제도는 당초 목표인 주인
찾아주기를 실현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기껏해야 한두명 정보가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도 일반기업처럼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가 나올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는 선언적인 의미에 그친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우선 금융전업기업가가 되기위한 자격이 까다로워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0대그룹의 대주주와 친인척이 배제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채업자나 부동산개발업자가 사실상 신청할수 없게 돼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금동원능력이 있는 기업인들중 대부분이 자격미달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 보험 증권등 금융기관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가장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들의 경우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최소한 은행주식의 4%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자금을 마련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전업대상인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 신한등 7개은행의
경우 최소한 1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는데다 주식시장마저 시들한 상황이어서 자금이
나올데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은행들이 증자를 할 경우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왕에 제조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의 경우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은행업에 나서기위해 기존의 모기업을 포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금융계가 이 제도의 시행이 어렵다고 보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또 있다.

과연 대주주가 되더라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경영권의 핵심인 은행장을 선출하는 은행장추천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터라 돈만 대고 경영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는 탓이다.

경영권행사를 보장할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은 물론 이거니와 금융당국의
경영간섭도 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특수관계에 있는 여러명의 기업인이 지분을 모아서 금융전업기업가를
신청할 수도 있다.

또 당장은 신청자가 없더라도 여건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원자가
등장할수도 있다고 은행감독원은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은감원은 앞으로 금융전업기업가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장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도 생각할수 있다"(김용진
은행감독원장)는 말에서 그런 가능성을 엿볼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금융전업기업가제도의 성패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율적인
경영을 과연 얼마나 보장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

결국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를 겨냥한 금융전업기업가제도는 은행경영개혁의
시금석이 될게 틀림없다.

< 박영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