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저작물이나 공개된 자료를 재편집한 책도 저작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12부(재판장 채영수부장판사)는 7일 운전면허시험문제집을
출간하는 크라운출판사 대표 이상원씨(45.서울 종로구 연건동)가 "저작권
을 침해당했다"며 크라운출판공사 대표 성소경씨(52.대구 남구 대봉2동)와
저자 한재환씨(39.대구 서구 평리3동)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천5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여러권의 교재 내용을 모아 편집, 집필한 책일지라도 편집
에서 독창성이 인정되면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저작권법은 창작물이 아닌 편집물이더라도 그
소재의 선택, 배열에 창작성이 있다면 독자적인 저작물,소위 편집저작물
로서 보호한다"며 "원고가 출판한 문제집은 기출문제를 일부 수집하여
이를 적절하게 종합, 배열하고 있으며 각 이론부분 설명에 따라 예상
문제를 직접 작성하는 등 독창성을 지니고 있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편집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씨의 저작물은 국가의 법령이나 타인의 저작물을 평면적
으로 요약하고 기출문제 등을 수집한 것에 그치지 않고 출제가능성이 높은
부분만을 발췌하여 간단명료하고 통일적인 정리가 되도록 노력했다"며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낸 문제집의 전체적인 구성 뿐만 아니라 구체적
내용까지 동일하게 쓰고 심지어 오류까지 배껴 쓰는 등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70년경부터 자동차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손수 작성한 강의용
프린트물들을 토대로 지난 76년 말 자동차운전면허시험문제집을 만들어
발행해 오던중 내용, 형태을 그대로 배낀 문제집이 시중에 나돌자 이를
출판한 저자 한씨와 출판사 대표 성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