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선형모터(LM)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초정밀 고속 제어가 요구되는 첨단자동화기기의 핵심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LM이 삼성항공 정밀기계연구소의 산업기기팀(팀장 김재옥박사)에 의해
최근 개발됐다.

이에따라 반도체나 PCB(인쇄회로기판)를 조립,검사하는 장비및 로보트,
정밀 CNC(컴퓨터수치제어)공작기계등 초정밀 고속제어가 요구되는 첨단
자동화기기의 우리나라 기술수준이 한단계 높아지게 됐다.

종전의 모터는 대부분 모양이 둥그런 회전형이다.

그러나 자동화기기는 대상물을 돌리는 것 뿐아니라 직선으로 움직이는
일도 많이 한다.

자동화기기의 제어활동 80%정도는 대상물을 직선방향으로 옮기는 것이다.

때문에 회전형모터가 직선방향으로 대상물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볼스크류
및 변속기등 모터의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중간메카니즘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간메카니즘은 내구성,고속성,정밀성에 한계가 있어 회전용
모터로는 직선방향의 초정밀제어가 한계에 부닥칠수 밖에 없다.

"LM은 회전형모터와는 달리 중간메카니즘이 필요없이 대상물을 직접
직선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어 에너지손실이 적고 정확도가 높습니다"

산업기기팀이 개발한 LM의 위치정밀도는+-5㎛(1㎛=1백만분의 1m)로 회전용
서보모터(50㎛)보다 10배정도 높다.

속도도 초속 1m로 빠르다.

김팀장은 "초정밀제어가 요구되는 자동화기기의 수요가 커지면서 LM의
수요도 늘고 있다"며 시장성을 자신했다.

이 연구팀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LM의 세계시장규모는 올해 2백50억달러
로 99년에는 4백3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LM은 미국이 60년대초 자동작도기 개발에 처음으로 상용화한 이래 일본
독일 네덜란드등 선진국으로 중심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기부상열차가 LM을 사용한 대표적으로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개발된 LM은 길다란 직선형의 "고정자",대상물과 직접 연결되는
"이동자"로 구성됐다.

고정자와 이동자를 제어하는 LM제어장치도 함께 개발됐다.

이동자는 고정자위에 미세간격으로 떠있으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에 맞춰 제어되도록 설계됐다.

이른바 "에어베어링"을 사용,마찰을 없애고 위치제어시의 진동을 최대한
억제한 것이다.

디지탈방식의 제어장치도 초정밀 고속제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동자의 위치를 인식, LM제어장치에 제공해 위치제어의 신뢰성을 높이는
리니어스케일도 개발됐다.

또 모터에 자력이 큰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모터의 소형경량화를
가능하게 했다.

산업기기팀의 LM 개발은 정부가 2000년대 기술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추진중인 G7프로젝트(선도기술개발사업)를 통해 이뤄졌다.

김팀장 주도아래 회전형모터 개발 경험이 있는 박현수박사가 모터개발을
맡았고 박인오박사와 조성화주임연구원이 LM제어장치개발을 담당했다.

93년말 개발을 시작,1년반만에 LM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박인오박사는 "회사가 모터를 생산해오지 않은 기업이어서 모터에 대한
기술축적이 안돼 있어 애로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모터 개발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힘들었다.

"지금까지는 시범게임이었습니다. 이제 본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산업기기팀원들은 이번에 확보한 LM기술을 실제 자동화기기에 적용하는
시스템기술개발이 향후 과제라며 제각기 다른 자동화기기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LM기술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