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체제는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변동환율제
와 환율이 변동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해서 환율을 한곳에 고정하는 고정
환율제등 크게 두가지로 구분한다.

그런데 고정환율체제는 환율의 안정을 보장할수 있는 반면 대외균형의
달성이 어려워지고 반대로 변동환율체제는 대외균형의 달성은 얻을수
있으나 환투기등에 따른 환율의 불안정 문제가 야기될수 있는 단점이 있다.

고정환율에 기초해 있던 브레튼우즈체제가 무너진후 환율의 움직임을
생각해 보면 이같은 양체제의 문제점을 쉽게 알수있다.

그러면 이러한 두가지 환율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한 중간적 형태의 환율
제도는 없을까.

최근들어 중남미의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채택되고 있는 이른바 크롤링페그
(crawling peg)체제가 그중 하나다.

크롤링페그는 환율을 어느 한점을 기준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지하되
환율의 변동상황을 보아서 기준점을 수시로 변경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1달러당 800원을 기준으로 상하로 40원(5%)의 변동폭을 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환율이 760원에서 840원 사이에서 변동할 경우 그대로 두고 이를
벗어날 경우에만 환율이 다시 이 범위 안으로 들어오도록 개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정기간(예를들어 1개월)동안의 환율이 대체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지난달의 평균환율이 770원선이었다면 이번달에는 770원이 새로운
환율의 기준점이 되고 이를 기준으로 다시 상하로 5%의 변동폭을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외환시장에서의 상황을 어느정도 반영하기 때문에 자국
통화가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됨으로써 발생하는 대외균형의 문제를 해소
또는 완화할수 있을뿐 아니라 환율의 변동이 급격하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의 불안정문제도 해결할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경우 기준점을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문제와 어떤 원칙에 따라
기준점을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는데 국가에 따라서는 환율변동
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환율변동표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해서
크롤링페그를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