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힘이 붙었다.

올들어 바닥이 없는듯 추락하던 달러가 갑자기 날개 달린듯 치솟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을 지배해오던 "슈퍼엔"이니,"안전통화는 마르크"니
하는 말들이 퇴색되는 분위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달러가 일단 바닥을 쳤다는 데 공감한다.

미골드만삭스증권의 윌리엄 더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마침내
달러가 회복을 향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레먼 브러더스증권의 앤 밀스 외환분석가도 달러가 바닥권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85엔및 1.4 0마르크선을 넘어선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한다.

달러급등세의 원인은 여러각도에서 조명된다.

우선 미국이 대일무역제재에 나선점이다.

일본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부과는 일본의 대미자동차수출감소를
초래,대일무역적자가 줄어들것이라는 기대감이 외환시장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또 대일제재로 일본이 자동차시장을 어떤 형태로든 더 많이 개방할수
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미자동차와 부품의 대일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달러강세로 연결되고 있다.

예전같으면 지금같은 미일무역마찰심화는 달러저.엔고요인이었다.

"무역분쟁악화=미국의 엔고압력강화"라는 등식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달러가 전후처음으로 1백엔 밑으로 내려갔던 것도 당시
양국의 포괄경제협상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미국이 대일무역제재를
위협한 것이 주요요인이었다.

자동차시장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이 분명해진 점도 달러강세의
또다른 요인으로 해석된다.

과거 서로 위협만 하던 상황에서는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 양국의 대응방침이 분명해지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그에따라 달러가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미재정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는점 역시 달러상승
요인이다.

최근 미상.하원예산위원회는 오는 2002년에 재정흑자가 가능한 대대적인
재정적자감축안을 승인했다.

감축안은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만든 것이어서 앞으로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달러하락의 결정적 요소였던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줄어들수 있는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나타남으로써 달러에 힘이
붙은 것이다.

여기에다 유럽통화에 대한 마르크약세도 달러회복요인으로 꼽지
않을수 없다.

프랑스대통령선거도 끝나고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감축안이 통과됨으로써
지금까지의 유럽환시불안요인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에따라 그동안 마르크화로 몰리던 유럽자금이 다시 프랑화와 리라화로
분산돼 마르크가치는 떨어지고있다.

달러를 제치고 가장 안전한 통화로 각광받던 마르크화가 유럽통화에
대해 내림세로 돌아섬으로써 달러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달러가 회복의 발판을 굳혔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달러를 억눌러온 미국의 기본경제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1천억달러를 넘는 무역적자와 2천억달러이상의 재정적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일시장개방기대감과
미재정적자감축안만으로 달러가 올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금의 달러강세는 일시적이며 조만간 다시 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반론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가 다시 80엔밑으로
떨어지는 폭락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달러가 그동안 떨어질만큼 떨어졌고 시장의 무게중심이 달러회복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기적으로 조정기를 거칠수는 있지만 대세는 회복기조라는 것이다.

앞으로 달러는 서서히 오름세를 타면서 상반기중에 90엔대로 올라선후
연말께는 1백엔근처까지 갈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상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