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공식방문중인 이홍구국무총리는 15일 상해의 포동수출가공구 시찰
을 끝으로 6박7일간의 공식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한다.

우리나라 총리로서는 중국을 첫 방문한 이총리의 방중성과는 크게 두갈래
로 짚어 볼수 있다.

우선 경제분야에서 양국은 뗄레야 뗄수없는 경제파트너로 상호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새로운 도약단계로 진입시키기 위한 공동노력을 기울이
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새로운 도약단계는 그동안의 단순한 교역관계에서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
산업협력관계로 이끌어 가자는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문제는 남북당사국간의 대화로 해결해야 하고 현재의
정전체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양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이총리의 방중은 양국간 특별한 정치현안이 없는 시점에서 이뤄졌기 때문
에 정치문제보다는 경제분야에 더 많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지난10일 한중 총리간 확대회담에서는 정치문제를 접어두고 경제관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총리의 방중사실을 11일자 머릿기사로 소개한 중국관영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는 "한중 경제협력관계 재확인"을 제목으로 뽑았다.

중국이 한국을 대단히 중요한 경제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단적
인 증거이다.

이총리는 12일 북경 조어대에서 가진 수행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을 움직이
는 삼두마차인 강택민국가주석 이붕총리 교석전인대상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구동성으로 한중간 산업협력을 강조하는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즉흥적으로 말을 내뱉은게 아니라 한국의 경제발전상에 관심표명차
원을 넘어 한국과의 협력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는 감을 받았다고 이총리는
덧붙였다.

공식수행원인 이기호국무총리 행정조정실 2조정관(재경담당)은 "이번 총리
회담을 계기로 한중 양국의 경제협력관계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중 양국이 지난해 북경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자동차 항공기 전전자교환기
(TDX)고선명TV등 4개분야 기본협력방안을 이번 총리간 회담에서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분야는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협력키로 했고 항공기분야는 올해안에
양국외에 1백인승급 중형항공기개발을 위한 제3의 파트너선정을 매듭짓기로
했다.

이총리방문기간중 양국은 또 과학기술차관회의를 열어 한중 원자력공동위원
회를 설치키로 했다.

또 양국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황해의 해양보존과 함께 자원을 공동개발할
목적으로 한중 해양과학연구센터 개소식을 갖기도 했다.

양국이 산업협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주춧돌을 하나씩 더 얹은 셈이다.

이번 총리회담에서는 또 양국간 군고위인사교류를 점차적으로 확대한다는데
합의한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은 군사적 세력균형의 시대는 끝났고 세계무대에서 경제로 경쟁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거북할게 없는 한국과의 군인
사교류에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정황으로 볼때 중국은 이번 총리회담을 통해 한국을 정치적 상대보다
경제적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을 재삼 확인한 것 같다.

< 북경=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