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Cruise )사업을 잡아라" 국내 해운업체들이 잠실운동장만한 크기
에 카지노 수영장 면세점 실내골프장 영화관등 종합레저타운에 맞먹는 호화
유람선(크루즈)사업 진출을 앞두고 치열한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정부가 크루즈사업을 내년부터 허용키로함에 따라 이 사업 선점을 위한 경
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 크루즈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중인 업체는
현대상선 한진해운 유공해운등 4~5개사.지난해 업체중 가장 먼저 크루즈영
업개발팀을 신설했던 현대상선은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토작업을 거의 끝낸
상태다.

한진해운도 "늦어도 97년까지는 크루즈사업에 참여할 계획"(조수호사장)이
고 유공해운도 참여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사업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업체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현재로선 업체들이 "암중모색"중인 단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업계에선 내년상반기중에 크루즈관광시대의 첫 테이프를 끊는 선사
가 나타날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벌써 온천이 많은 일본이나 상해 괌 사이판등을 다니는 "근거리노선"을 택
하고 초창기사업은 용선으로 하는게 유리하다는 분석까지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초창기사업은 아무래도 4~5일을 여행기간으로 일본과 한국의 인근
국가를 운항하는 형태로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기업해외연수단이 호화유람
선을 이용토록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이태윤 현대상선 객선영업
개발부장)는 것이다.

해운업체들이 이처럼 적극성을 띠는 것은 크루즈사업이 기존의 해운업과
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고 단순히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이상
의 의미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크루즈사업은 관광.레저산업으로의 진출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숙박시설 내부도 일류호텔에 버금간다.

예컨대 호화유람선은 호텔처럼 서비스수준에 따라 "별 한개"에서 "별 다
섯개"짜리까지 5등급으로 분류된다.

"별 다섯개"에 "+"표시가 붙은 초호화유람선의 경우 하루 이용요금이
1백만원을 족히 넘는다.

종업원 규모만해도 그렇다.

일본 NYK사가 보유하고 있는 "크리스털 하모니"선의 경우 이용승객이 최대
9백60명인데 반해 종업원은 무려 5백45명에 달한다.

그러니까 크루즈사업은 해운업외에도 "호텔업+관광업+건축업"등에 대한 노
하우가 없으면 운영자체가 불가능한 복합사업이라고 할수있다.

업계가 크루즈사업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또 있다.

90년대 들어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는등 성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객이 매년10%이상 늘고 있는데다 지난해 크루즈산업의 세계규모가 1백20
억달러를 넘어섰다.

오는2000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이용객이 1천만명을 돌파할것이라는등 전망
이 밝다.

문제는 이 산업이 한국에서도 성공할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호화유람선이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과연 바뀌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한국인들은 해외여행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해외여행은 곧 여러나라를 방문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구미인들처럼 호화유람선을 타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데도 익숙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초현대식 호화유람선은 건조하는데만도 3억달러를 호가한다.

불황일 경우 이처럼 비싼 배를 갖고 있게되면 엄청난 경영압박을 받을수
있다.

< 이성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