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도높은 부패척결캠페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등소평 사망임박설과 맞물리면서 포스트등에 대비한 권력투쟁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패척결캠페인이 권력이양기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던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력투쟁설을 부추긴 첫 신호탄은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이 진희동 북경시
당위서기를 전격 해고한 사건.

강주석은 지난달 27일 북경시 공무원들의 부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진
전서기를 해고시켰다.

진 전서기는 강주석의 오랜 정적이었다.

게다가 정치적 비중이 낮은 인물이기 때문에 숙청에 큰 부담도 없었다.

그러나 강주석이 진전서기를 숙청한데는 단순한 정적 제거나 부패척결이상
의 큰 저의가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진 전서기를 숙청하면서 노린 진짜목표는 "이붕총리"라는 것이다.

이총리는 진전서기와 함께 지난 89년 천안문사태 과잉진압에 깊숙이 개입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문 사태 6주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진 전서기를 해고하면서 당시
천안문 사태에 대해 잘못 판단한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할 경우 강주석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두 사람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진운이 지난달 사망함으로써 이들을
숙청할 호기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만약 강주석이 거물들을 마구잡이로 제거한다면 적들이 많아지고 결국
상당한 반격을 당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이권에 개입해 있지 않은 공무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강주석의 진영에까지 화살이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이같은 권력싸움으로 중국지도자들이 기력을 소진하고 있는동안 경제개혁은
주춤하고 있다.

강주석은 과감한 계획들을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안정을 유지하는데 더 주력
하고 있다.

최근 몇주동안 강주석과 그의 보좌관들은 1억4천만명의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점을 확신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이제는 중국의 국내 인프라스트럭처를 현대화하기 위해 외자를 끌어들이기
보다는 국내산업을 보호하는데 더 많은 강조점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과 공공부문에 필수불가결한 개혁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국영기업문제를 다루는 것은 여건이 좋은 때에도 쉬운일이
아닌데 더욱이 지금은 호기도 아니라고 한 북경의 법학자가 지적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경제개혁은 더욱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경시가 중앙정부의 사전 승인도 없이 미맥도널드사에 북경체인점을 내
준 사건을 계기로 중국당국은 부패척결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얼마전에는 남부의 개방도시인 북해시 당위서기 왕경록과 시장 사립국이
부패혐의로 동시 해임되기도 했다.

또 홍콩주재 중국 기업에 대한 면밀한 부패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혁명
원로 2세그룹인 "태자당"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 소식통들은 현재 구금이나 체포된 공무원들이 북경을 제외하고도
최소한 1백명이상이라고 전하고 있다.

강주석이 부패척결을 통해 정적을 제거하고 포스트등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강주석을 과도기 인물로 치부하면서 그의 역량을 무시했던 많은
분석가들은 이제 그에 대해 재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중국분석가는 "강주석은 치밀한 계산을 통해 자신이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 이번 권력투쟁을 감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주석의 파워게임은 다른나라에서 보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특히 중국에 많은 돈을 잠겨둔 외국업체들이나 중국의 팽창주의를 걱정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우려에 찬 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한전문가는 "엄청난 경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정치구도는 문화
혁명때나 다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의 부패척결 운동을 순수한 의도로 볼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