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컴퓨터 업체들이 어떤 고장도 일으키지 않는 "무장애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선전한 적이 있었다.

이런 시스템은 기계적인 고장없이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컴퓨터를
쓸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고장이나 문제는 발생하게 마련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가 발생했을 때도 사용자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중단없이 할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요즘은 전혀 장애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보다 장애를
허용하면서도 업무처리에는 이상이 없는 "장애허용시스템"이 각광을
받고있다.

이같은 장애허용시스템은 컴퓨터의 각종 중요 기능을 이중화시키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컴퓨터 스스로가 자동으로 검출해 이를
보정해주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일반 개인 사용자들이 쓰는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나름대로는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은
잔고장을 일으키고 시스템을 멈추게 한다.

개발자들이 사용자들의 실수와 무지에 대해 충분히 예상하지 못하고
고급 사용자들만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고장은 더욱
자주 일어난다.

초보자들은 키보드 입력을 잘못할 수도 있고 엉뚱한 곳에 마우스를
갖다 댈 수도 있다.

또 컴퓨터의 기본 원리를 아는 사람이 볼때 상상도 할수 없는 일들을
곧잘 저지른다.

소프트웨어는 이같은 사용자들의 실수를 허용하고 올바르게 프로그램을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들의 실수를 그때 그때 알려주는 에러메시지 기능이나 웬만큼
엉뚱하게 키를 두드려도 시스템을 죽이지 않는 "실수허용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것도 그때문이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