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지난 12일 경선을 통해 정원식전국무총리를 서울시장후보로
확정, 당초 예상대로 민자당 정전총리 민주당 조순전부총리 무소속 박찬종
의원간의 3파전으로 압축된 민선서울시장 선거전이 이번주부터 본격화된다.

후보들은 통합선거법상 오는 6월11일 후보등록과 동시에 선거운동이 가능
하지만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신을 알리거나 이미지를 부각
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박찬종의원은 오래전부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
하면서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고 정원식전총리도 지난 13일부터 여의도
의 지하철공사장을 방문하는등 이미지 부각작업에 들어갔다.

조순전부총리는 여의도 대하빌딩에 사무실을 내고 선거대책본부도 가동중
이다.

민자당의 정후보도 이번주초 선거대책본부를 발족시킬예정이며 박후보는
사실상 선거운동기구로 활용하고 있는 사조직 우당회외에 별도의 선거대책
기구를 조만간 구성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름하는
서울시장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것이냐에 일반의 관심도 고조돼 가고있다.

특히 "결전"에 임할 민자 민주 양당후보의 배후에는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김심"이 개입돼 있어 관심의 강도를 높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결과가 향후 양김의 정치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양측 모두 겉으로는 중앙정치가 지방선거결과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벌써부터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장선거는 양김의 대리전이라는 얘기다.

정치분석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세후보가 유효투표의 90% 이상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련이 독자후보를 내세우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고 황산성전환경처장관
과 김용갑전총무처장관등이 선거전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결국
이들 세후보의 다툼에서 승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얘기다.

또 표차도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후보들이 "차별화" 되어 있는데다 지지층도 대체적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유효투표의 35%를 당선가능선으로 보고 40%를 넘으면 확실한 당선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민자당과 민주당의 두후보는 무소속의 박후보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인기도를 나타내 왔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양당대결구도로
굳어져 가면 박의원의 인기가 "거품"으로 변할 것으로 보고 공조직을 통해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민자당의 정후보는 서울대교수를 거쳐 문교부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한
중후한 이미지를 살려 안정을 희구하는 비호남세력의 지지를 한데 묶고
중량감에서 타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 중산층이나 서민층
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끌어낼 계획이다.

민주당의 조후보는 아직도 요지부동으로 여겨지고 있는 호남고정표가 상당
하기 때문에 조후보 개인의 이미지를 살려 개혁을 바라는 중산층과 여권
이탈표를 끌어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조후보는 자신이 강원출신이라 비호남출신 유권자들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후보는 20,30대
유권자와 기존정치에 식상해 하는 지식인층 일부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특히 비호남출신 유권자중 반민자 정서가 강한 안정희구세력이 민주당의
조후보 보다는 박후보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 있다.

이와관련, 한때 여권일부에서도 민자당이 정후보를 내세운 것은 박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여권핵심부가 민주당에 서울시장자리를 뺏기느니 보다는 무소속이 당선
되는게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후보는 여야 양당후보를 몰아부치며 50대의 젊은 패기와 "깨끗한"
이미지를 살려 일본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무소속 돌풍을 이번에는 "무당파"
혁명으로 연결시킨다는 선거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선거판세가 여야대결구도로 굳어질 경우 박후보
가 득표력에 한계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양김 대리전의 성격이 더해 가거나
지역갈등 양상이 재현될 경우 박후보 보다는 정.조후보로 표가 양분되는
결과를 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투표일이 아직 1개월여 남아있고 그 기간동안 각후보들이 어느정도 효과적
인 득표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또 어떤 돌발성 호재 또는 악재가
생기느냐에 따라 선거판세는 가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는 지난 4월말기준으로
20대가 31.9%, 30대가 28.4%로 이들 20,30대 젊은층 유권자가 전체의 60%를
넘고 있어 기존의 분석 잣대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을 무리일수도 있다.

또 출신지별로 <>호남 25% <>서울토박이 23.3% <>영남 18.6% <>충청 15.4%
<>경기 11.6% <>강원 4.4% <>제주 기타 1.7%선의 분포를 보이고 있는
유권자들이 어떤 투표행태를 보일지도 관심이 되고 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