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욱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주임연구원 >

[[[ 반도체장비 ]]]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에서는 세계 선두 그룹에 속해 있지만 그것을 생산
하는 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93년의 경우 장비의 국산화율이 전체적으로 12%에 그치고 있으며 생산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공정(웨이퍼 처리용)장비의 경우는
국산화율이 4%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산 장비들은 조립 장비, 검사 장비, 관련 장비들로 주변적인
장비들이며 이들도 핵심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에 비한다면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일본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했을때 우리의 기술 수준은 전공정 장비에서
10, 측정 장비에서 10, 조립 장비에서 30, 관련 장비에서 60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이제 장비 산업의 도움없이는 그 발전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제품 개발에서 이미 선두 그룹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제품을 아무리 먼저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장비를 개발하지 못하면 양산을
할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일본과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견제의 수단으로 장비의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장비의 개발을 위해서는 장비 업체와 소자 업체와의
정보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으로 보통 2~3년 주기로 반도체 제품의 세대가
교체되는데 이에 맞추어 새로운 장비가 계속 개발되어야 하고 각 소자 기업
마다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공정 기술에 맞추어 장비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
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고급 기술 인력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소자 업체와의 기술적인
교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장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비 업체와 소자 업체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당장은 소자 업체 모두와 다수의 장비 업체들이 참여하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기간에 개발이 가능하며 범용성이 높은 품목들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각각 개발 분야를 나누어 맡아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개발된 장비를 소자 업체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토록 하여 적정 규모의
시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소자 업체의 장비 업체에 대한 자본 참여와 장비 산업에의 진출이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장비와 소자 업체간의 실질적인 협력 관계의 구축이 가능해질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내 기반 기술이 크게 부족한 전공정 장비 분야에서는 외국 기업들
과의 합작및 기술 제휴를 추진하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투자 환경및 제도를 개선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