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전략적 제휴팀(ACT) 황재일차장(40)은 16일 인사과로부터
"수석부장"(1급) 승진 발령을 통보받았다.

2년전인 93년 5월 과장(4급)에서 차장(3급)으로 올라선지 꼭 2년만에
이번엔 두단계를 건너뛴 것.

차장에서 2급 부장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부장자리도 생각키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황수석부장으로선 "겹경사"를 맞은
셈.

뿐만 아니다.

LG전자의 "표준 승진연한"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1급 수석부장에
오르는데는 꼬박 21년이 걸리게 돼있다.

황부장은 지난 81년에 입사해 올해로 근무 14년째.

그러니까 무려 7년을 앞당겨 "수석" 감투를 썼다는 얘기다.

덕분에 그는 대부분의 5-6년 입사 선배들을 "부하"로 거느리게 됐다.

입사동기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황부장은 입사이후 주로 해외수출 거래선을 뚫는 일선 업무를 맡아왔다.

탁월한 영어회화 실력과 "호탕 무난"한 성격으로 빅 바이어를 발굴하며
능력을 인정받아왔다고 한다.

차장 승진과 함께 현재의 부서로 옮겨서는 미제니스사등 선진 외국기업들
과의 전략적 제휴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구자홍사장으로부터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친구"라는 칭찬을 부쩍 자주 들었다는 것.

그러나 승진에는 "시운"도 따라야 하는 법이다.

황수석부장이 몇년을 앞당겨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데는 LG전자가
최근 도입한 "연공서열 파괴 인사제도"가 뒤를 받쳐준 덕분이다.

"급호제한 없이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사원이면 누구나 두단계이상
승진시킨다"는 인사원칙이 최근 새로 마련된 것이다.

LG전자가 이날 발표한 발탁승진자는 황수석부장이외에도 자그마치 59명이
대상이 됐다.

황수석과 함께 3급에서 1급으로 올라간 사람이 2명이고, 5급 과장보에서
3급 차장으로, 6급 대리에서 4급 과장으로 각각 두단계를 건너뛴 사람들도
3명이다.

고졸 일반사원직(8급)에서 일약 대리로 발탁된 사람도 있다.

물론 모두가 다 두단계씩 고속승진의 기쁨을 맛본 것은 아니다.

53명은 1계급씩 올랐다.

그렇다고 이들의 "즐거움"도 덜하지는 않다.

7급 대졸일반사원에서 1급수석부장에 이르기까지 대리.과장보.과장.차장.
부장을 거치는데 걸리는 "4.4.3.4.3.3"의 지루한 "표준연한"을 1-2년씩
앞당겨 발탁 승진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LG전자 인재개발실 강돈형실장은 "지금까지의 발탁승진은 1계급 특진으로
만 대상이 국한돼 있었으며 그나마도 고과와 어학실력만을 보는 단조로운
기준에 의존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제도는 인사전형위원회에서 발탁대상자
의 직속상사와 인터뷰를 갖는등 다양한 심의.평가제도를 도입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인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이같은 "연공서열 파괴"제도는 지난3월 기아자동차가 과장급
11명을 차장으로 발탁 승진한데 이어 대폭 확대 적용된 것이어서 다른
기업들에까지 확산될 것인지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