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도로상에서 도로교통위반자인 운전자와 교통순경사이에 위반의
적법성을 가지고 서로 옳다고 목청높여 싸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보기힘든 광경이다.

실제로 우리 교통법규는 운전자가 이해하기에 비상식적인 것도 많고 또
대단히 복잡하고 난해하게 되어있다.

북구 국가인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 가보면 여름 한철 눈부신 태양아래
도로상에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았다고 교통순경이 벌금을
부과하는 장면을 목격할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주의와 함께 훈방이지만 현지인의 경우 인정사정보지않고
벌금을 부과한다.

도대체 대명천지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았다고 벌금이라니 너무나
비상식적인 처사에 어이가 없지만은 내용을 알고보면 수긍이 간다.

북구나라는 기후가 변화무쌍하다.

특히 겨울철에 접어들면 오후3시가 좀 지나도 세상이 어두워지고 상대적
으로 기후가 좋은 여름철에도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하면 밤처럼 어두워지며
비를 쏟아 붓는다.

따라서 일년 내내 헤드라이트사용이 자주 요구된다.

일반시민에게 그때 그때 필요시마다 헤드라이트를 켜야되는 의무를 부과
한다면 인간인 이상 분별력에 있어서의 차이와 실수로 인해 사고를 유발할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통법규를 단순화시켜서 습관화시킨다면 이런 사고를 사전에
원천봉쇄할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건널목에서의 철도와 자동차의 충돌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자주 발생하는 사고다.

얼마전에는 유치원생을 태우고 가던 다인승 승합차가 열차와 충돌하여
아까운 어린 새싹들이 죽고 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대명천지에 열차와 부딪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짐작하건데 승합차 운전기사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건널목을
지나다 어떤 고장이나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자동차가 멈추어 변을 당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개인의 분별력에 의존한 상황판단은 자칫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어쩔수
없는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가장 안전하다는 해상운송도 그 넓은 바다에서 선박끼리 충돌하는 일이
자주 있으며 그 원인의 90%가까이가 인간의 실수때문으로 분석되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토론토와 오타와간을 시외버스로 여행해보면 수많은 철도
건널목이 있다.

이 건널목을 건널때마다 버스운전기사는 좌측, 우측의 철로를 두번씩이나
확인하고 또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 열차의 진행을 확인하곤 한다.

역시 대명천지에 눈으로 확인했으면 충분하지 창문까지 내려 귀를 기울이는
운전기사의 우매함에 한심스럽기까지 하였지만 비가오나 눈이 오나 안개가
끼는 날이나 화창한 날이나 밤이나 낮이나 변함없이 시행하는 그런 우직함이
요령있는 분별력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훨씬 사람의 생명을 비킬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교통법규도 쉽고 단순해져야 하며 우직할 정도로 습관화 되어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