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검다는 사실을 크게 외치십시오"

남아프리카공화국 건강미용용품업체인 블랙라이크미( Black Like me)사
제품의 광고문구에는 이회사 헤르만 마샤바사장의 삶의 신조가 담겨있다.

온갖 인종차별 속에서도 꿋꿋이 기업을 일궈낸 데 대한 자부심이
들어 있다.

마샤바사장은 남아공에서는 보기 드문 흑인 최고경영자이다.

지난 85년 기업을 설립한 이래 동포 흑인들에게 "검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는 상품의 판매만을 고집해온 의식있는 기업인이다.

마샤바사장이 사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본의 아니게 대학을 중퇴하게
된 20대 초반시절.그가 다니던 노스대학에서 대규모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정책)반대시위가 벌어지자 정부가 학교를 폐쇄해 버린 것이었다.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사방팔방으로 직장을 찾아 돌아다녔으나
어느곳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남아공에서 흑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던 때였다.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기질을 지닌 마샤바사장은 결코 낙심하지 않았다.

"나는 흑인이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이냐"라며 그는 행상길에 나섰다.

보험부터 속옷 접시까지 팔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다 취급했다. 이렇게
집집마다 찾아다니던 어느날 그는 흑인들 대다수가 머리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흑인을 위한 기업을 설립하고 싶다는 희망을 늘 품고 있던 그는
모발용품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고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흑인 청년에게 자금을 대겠다는 은행은 어디에도 없었다.

후원자는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고리대금업자로부터 간신히 돈을 빌린 마샤바사장이 기계 두대와
몇개의 플라스틱통으로 회사를 차린 것은 지난 85년.

"블랙라이크미"라는 상표로 선보인 모발 광택제는 예상대로 흑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블랙라이크미"라는 이름은 널리 퍼져나갔고 아예 회사명으로 굳어지게
됐다.

승승장구 성공가도를 달리던 마샤바사장은 그러나 90년대초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폐지되면서 상륙한 세계적인 건강미용용품업체 레블론사와 맞서게
됐다.

조잡한 용기에 촌스런 디자인,아마추어 모델이 나오는 광고가 고작이었던
블랙라이크미사에는 너무나 힘겨운 적수였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마샤바사장이 아니었다.

흑인의 기업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충격요법으로 흑인고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검은 것에대한 자부심을 일깨우는 광고 문구들은 레블론사의
어떠한 마케팅 전략보다 큰 효력을 발휘했다.

때마침 인종차별정책 폐지로 자유가 주어진 흑인들의 심리를 파고
들었던 것이다.

블랙라이크미사는 이제 연매출 1,100만달러규모의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컸다.

레블론사에 완전히 잠식당하리라던 우려와는 달리 2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25%를 보유하고 있는 레블론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제품수도 모발용품에서부터 보디크림 화장품까지 160가지로 늘어났다.

"마샤바사장은 단순한 장사꾼 기업인이 아니다.

그의 회사 제품은 흑인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샤바사장에 대한 남아공 흑인들의 평이다.

< 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