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제 거래에서 기술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은 없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모든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인식아래 신기술개발및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WTO(세계무역기구)출범과 더불어 모든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개발비보다 도입비가 싸다면 과감하게 기술을 사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개발도상국 기술확보전략의 하나가 되고 있으며 선진국은
기술을 주력 수출상품으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때에 "제1회 APEC (아.태 경제협력체) 테크노마트"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은 "기술 한국"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매우 뜻있는
일이 아닐수 없다.

엑스포의 도시 대전에서 22일 개막된 이번 아.태지역 기술장마당에는
미.일을 비롯한 12개 회원국의 178개 기업.연구소가 참여해 오는
27일까지 첨단 기술에서부터 재래 기술에 이르기까지 총 390종류의
기술을 모아놓고 흥정을 벌이고 있다.

테크노마트란 말 그대로 기술을 팔고 사는 시장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선진국에서나 볼수 있었지만 이번 APEC 테크노마트는
한국의 제의에 따라 이루어진 최초의 아.태지역 기술교류의 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작년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보고르선언"은 역내의 산업기술협력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었다.

이번 기술교류의 장터는 바로 이같은 보고르선언의 구체적인 첫
결실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APEC 테크노마트가 역내 국가간 기술적 보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유념해야 할 몇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로 회원국간 기술수준의 차이가 큰 APEC의 특성상 테크노마트는
자칫 상호보완적 기술교류의 장터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써먹고 남은
퇴역기술의 전시장이 될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술 선진국들은 특히 이 점에 유의해 알맹이 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며 개도국들은 첨단 핵심기술을 소화해낼수 있는 능력을
조속히 배양해야할 것이다.

둘째로 기술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내 국가간
직접투자가 활성화되고 민간기업간 전략적 기술제휴가 강화돼야
한다.

직접투자는 기술이전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며 전략적 기술제휴활동은
기술개발의 위험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각국의 기술격차와
산업구조를 보완해줄 것이다.

우리는 아.태지역 국가들이 산업기술과 관련된 마찰을 줄이고 공동의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산업기술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APEC 기술교역의 장터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진취적 자세라고 평가한다.

이번 테크노마트가 선.후진국이 공존하는 APEC 역내에서 기술교역과
협력에 새로운 장을 열고 우리정부와 기업에는 세계 기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기술한국의 수준을 한단계 더 높이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