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업체간의 경쟁격화에서 파생될 신규수요
창출효과도 적지 않겠지만 워낙 실력차가 두드러지니 임직원들이 서로
힘과 아이디어를 합치는 수밖에 없지요"(T사 L이사)

대형백화점업체인 롯데와 현대의 부산점개점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에 근거를 둔 지역백화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백화점이라는 이름의 간판을 걸고 영업중인 업체는 미화당,
삼미유나, 부산, 세원, 신세화및 태화, 리베라등의 7개사.

지역상권과 업체별 특성에 따라 고민의 내용이 다소 다를지는 몰라도
부산지역 업체들의 공통된 걱정은 L이사의 답변처럼 롯데, 현대 두업체가
너무도 강한 상대라는 것이다.

시설, 운영방식과 매출성과등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태화쇼핑의 매장면적이
3천6백40평에 불과하고 부산지역에서 가장 최근에 오픈했다는 리베라도
5천1백37평이다.

연간매출도 최대업체인 태화쇼핑이 지난해 2천2백13억원의 실적을 올렸을
뿐 나머지 대다수는 1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산지역 7개백화점들의 지난해 매출은 93년보다 약20%이상 늘어나긴
했어도 6천억원정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현지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막바지 공사에 피치를 올리고 있는 롯데(부전동)는 국내 최대규모인
1만5천평의 매장면적을 갖추고 있으며 내년도 매출목표를 최소 4천억원
이상으로 세워놓고있다.

또 역시 9월초 오픈할 현대(범일동)도 매장면적이 6천7백평의 매머드규모
에 달하며 금년말까지의 4개월간 6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부산백화점들은 롯데, 현대의 개점시기가 추석(9.9)바로 직전으로 잡혀
있어 연중 최고대목인 추석경기때부터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롯데, 현대의 등장은 또 업체지명도와 운영노하우등에서 현저한 열세를
면치못하는 부산백화점들에게 판매경쟁격화에 따른 부담못지않게 내부인력이
탈의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직원이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 현대의 등장은 부산업체들의 위기감을 자극, 유통업계 전반
의 수준향상과 사업다각화, 고객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태화쇼핑은 지난해 7월 착공한 신관증축공사를 내년 6월까지 완료, 전체
매장을 8천1백22평으로 키우고 "덩치싸움"에서도 롯데, 현대와 접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자사신용카드회원도 지난해말의 40만7천명에서 올연말까지 5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부산백화점은 카드회원확대와 식품매장 직영, 셔틀버스증차등을 앞세워
고객저변을 넓혀 나가는 한편 양산군 물금과 부산 구포지역에 각각 2천평의
매장면적을 갖춘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내년 상,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세원백화점은 7월 김해에 2호점을 오픈하는데 이어 곧 울산시 태화동의
울산점 건립공사를 시작, 다점포화로 서울 대형업체들의 위세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전체 백화점들의 매출이 동반상승하는 효과가 당분간 있겠지요.
그러나 몸집이 워낙 차이가 나다보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불가피하지
않겠습니까"

배종구 세원백화점 판촉과장은 부산지역 백화점업계의 현재 심정을 전체
"떡"이 커지는데 대한 기대와 업체간의 외형격차가 더 벌어질 것에 대한
불안이 혼재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 양승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