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소프트웨어(SW)부문에서의 사상 최대 규모 기업 매수.합병
(M&A)계획이었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튜이트사간의 거래가
백지화, 온라인 서비스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규사업 전략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일 개인용컴퓨터(PC)에서 쓰이는 재무관리
SW메이커인 인튜이트를 21억달러에 매입키로 했던 계획을 돌연 취소
한다고 발표했으며 인튜이트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합병을 추진않는다고
확인, 지난해 10월이후 7개월동안 추진돼오던 두 회사간의 협상은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협상무산은 원인은 전적으로 미정부의 제지 때문.

미법무부는 지난달 27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튜이트를 매입하는 것이
독점금지법에 저촉된다고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소, 내달 26일
첫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다.

미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한 이후 유례없이 단호한 자세로
나왔다.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튜이트의 매입 관련서류및 자금조달
자료 모두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법무부의 태도는 PC운영체계 시장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 영업전략에
대해 4년여에 걸쳐 조사를 벌인뒤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측의
영업방식을 거의 그대로 인정하던 때와는 크게 다른것으로 절대로
인튜이트인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법무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스스로 물러나
버린 것이라 할수 있다.

인튜인트 인수를 강행하면 행정부와 적어도 1년이상 법정 공방전을
벌여야 되는데 그동안 경쟁업체는 개인용 재무관리SW시장에서의
방어체제를 갖추게 돼 승소해도 실익이 없는 탓이다.

미법무부의 제소내용은 미국내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있다.

퀴큰은 현재 미국내에서 7백만명이 사용,PC용 재무관리 SW시장의
70~80%가량을 점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차지하고 오는
8월부터 온라인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를 시작하게
되면 홈 뱅킹 시장은 일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중에 넘어갈 소지가
크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곧 내놓을 컴퓨터운영체계인 "윈도스95"에는
온라인 접속을 위한 기능이 내장돼 있어 온라인분야 역시 마이크로
소프트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법무부의 단호한 대응에는 한층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마디로 미행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19세기말에 설립된 AT&T,
1910년대의 스탠더드오일 등과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으며 오는
2000년초쯤에는 정보고속도로를 좌지우지하는 "공룡"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이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는 아직까지
스탠더드오일이나 AT&T와 같은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정부의 행위는 발생할 가능성만 있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논리다.

뿐만아니라 정보산업분야의 경우는 변화속도가 하도 빨라 1개업체가
가격을 주무르는 독점적 상황이 생기기 힘드는등 독과점 방지법 제정
당시와는 상황이 같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인튜이트사를 매입하려는 계획을 좌절시킨 미행정부의 견제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인수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인튜이트에
4천6백25만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온라인 서비스전략을 수정하는 것
외에도 장기적으로 사업방향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듯 하다.

< 김현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