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은 22일 열린 준고위급회담 2차회의에서 경수로 협정체결 문제
를 집중 논의했으나 북한측이 한국형 경수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고수, 서로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콸라룸푸르 북한 대사관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미국측은 북한측이
거부하고 있는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에 대한 자세한 개념을
북한측에 설명하고 대북 경수로사업의 원만한 이행을 위한 북한의 결심을
촉구했으나 북한측은 한국형을 거부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은 경수로 사업을 진행할 신포등 북한내 지역이 해안 지역에 국한된다
는 점을 지적, "경수로 특구"의 개념도 북한측에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성실한 경수로 사업추진을
보장한다는 방침도 북한에 전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측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측이 한국형 경수로라고 주장하는 울진
3.4호기에 미국이 설계변경을 가해 미국형을 붙여줄 것을 요구했다고 또
다른 소식통이 밝혔다.

북한은 또 경수로 시공,건설은 물론 설계 부분에서 한국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경수로 문제는 북측이 취한 핵동결 조치의 대가이기 때문에 경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결 핵활동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는 뜻도 재강조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의 토머스 허바드 수석대표는 이날 북한과의 회의에 앞서 미국대사관
에서 한국의 장재용 주미공사및 일본의 다케우치 아주국 심의관과 3자 전략
협의를 갖고 한국형 경수로 채택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숙의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