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이 22일 이례적으로 김영섭 금융정책실장 주재로
직원조회를 열고 "자아비판 대회"를 열어 눈길.

김실장은 재경원 청사도 아닌 과천청사 3동에서 조회를 소집, 금융정책
입안자들의 "거듭나기"를 강한 톤으로 주문했다는 것.

김실장은 이자리에서 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된 뒤에도 금융분야의 규제는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금융실의 조직도 인원만 줄었을 뿐 권한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제, 원점에서 부터 다시 출발하자고 강조했다는
전언.

그는 "정부조직개편과 행정개혁의 성패가 금융개혁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금융정책실이 변화와 개혁에 저항한다는 말을
다시는 듣지 않도록 변화를 관리하고 선도하는 조직이 되자"고 강조.

금융정책의 총본산인 금융정책실이 이처럼 "변화" "개혁" "반성"등을
스스로 다짐하고 나선 것은 최근들어 금융분야의 변화가 뒤쳐진다는 지적이
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

일은 많이 하는데도 여전히 과거 "재무부"를 대하는 시각을 교정시키지
못했다고 판단,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에서 "대회"를 열었다는게
김실장의 설명.

금융실의 한 직원은 "다른 분야의 과제와는 달리 금융분야는 섣불리
시스템을 바꿀 경우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완급을 가려가며
규제를 풀었는데 이것이 "개혁거부"로 잘못 비쳐졌다"며 "항간의 시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지만 현재의 위치와 목표점을 다시한번 재설정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고 강조하기도.

하지만 금융실의 또다른 직원은 "금융실이 푸시를 받고 있는데는 과거
기획원출신 인사들이 갖고 있는 편견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 금융실 직원의
자아반성만으로 될일도 아닌 문제임을 강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통합이후 실시된 인사에서 재무부 출신자들이 계속
밀려 전반적으로 재무부쪽 사람들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데다 기획원
출신들이 현실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밀어부치기만 한다는 것.

결국 금융개혁도 제대로 되려면 재경원의 한지붕두살림 청산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