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들으면서 걸어다닐수 있는 다리"가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먼로보트연구센터의 보행시스템개발팀이
1년간 노력한 성과이다.

이 팀은 KIST가 추진중인 휴먼로보트개발사업의 하나로 초보단계의 지능형
보행기능을 개발했다.

"아직 걷는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지만 어린아기의 첫걸음 정도는
할수있게 됐습니다"

홍예선팀장(공학박사)는 시각센서와 청각센서로 길의 상태를 판단해
걸음걸이를 조절하고 몸의 균형을 잡아 걸어가는 로보트를 목표로 잡고있다.

홍박사팀은 이 기술을 두갈래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하나는 4각보행기능, 다른 하나는 실제 시스템에 적용할 다리개발이다.

4각보행기능은 실제 동물다리와 같은 구조로 된 다리 4개로 걸어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

시각및 청각센서에서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걸어갈 길을 정하고 계단이나
비탈길도 오르내릴수 있게 된다.

이 부문에서는 걷는 방법을 개발하고 걸음을 제어하는 기술이 중심이다.

1년쯤 더지나면 이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물 다리를 움직이는 기술은 기계적인 특성이 강하다.

무릎 발목등 각 관절에 유압구동장치를 달아 무거운짐(최대2백50Kg)을
싣고 다닐수 있도록 설계됐다.

길이는 70Cm, 다리하나 무게가 50Kg쯤된다.

험한 길에서도 안정적으로 걸을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발"도 달고있다.

쿵쿵 소리를 내며 실험장치 위에서 걸어다닐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연구팀은 3명의 선임연구원(이순걸,황동환,이건상.공학박사)과 2명의
연구원(김지태,유시복)으로 구성됐다.

학생연구원들도 돕고 있다.

이순걸.황동환박사와 김지태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 채용됐다.

로보트보행제어분야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이순걸박사는 보행기술개발
을 주로 맡고 제어장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개발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황박사몫이다.

이건상박사는 기계설계학을 전공, 유공압제어전문인 홍박사와 함께
기계적인 부문을 해결한다.

홍박사는 "1년만에 걷게 만든 것은 무척 빠른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훌륭한 연구원들의 열성덕택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요소기술이 없어 재료나 부품을 대부분 외국에서 사오거나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모터는 모두 산업용으로 상품화돼 로보트에 맞는 것이 없었다는 설명.

로보트에는 가벼우면서도 출력이 큰 모터가 필요하지만 "입맛에 맞는 것이
없어 스스로 만들어 사용할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이드작업으로 기반기술 개발을 위해 모터연구그룹도 결성"
(이순걸박사)했다.

이 팀은 올해말쯤이면 축소된 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다리를 전동모터로 움직인다는 점만 목표와 다를뿐 제어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완성형"이다.

이것이 끝나면 내년부터는 실제 다리 4개를 모두 달아 걸어다니도록
하는데 나선다.

다른 팀의 성과들을 모아 네발과 두팔을 가진 휴먼로보트(개발명 센토)가
완성되는 것이 98년이다.

센토는 인간의 머리 팔 허리를 가지고 몸과 다리는 말인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의 괴물이다.

이 로보트 개발로 얻은 모터 액츄에이터 펌프등의 요소기술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가전 부품분야 산업기술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홍박사팀은
기대하고 있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