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현대전자회장이 23일 "11년만의 외출"을 해 화제다.

지난 84년 현대전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단 한차례도 언론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그가 이날 얼굴을 공개한 것.

공개한 장소는 서울 적선동 현대전자빌딩 12층 대회의실 기자회견장.

정회장이 그동안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던 것은 "장사하는 사람이 일만
잘하면 됐지 나댈 필요가 뭐 있느냐"는 지론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성격은 "프랙티컬한" 업무처리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예컨대 강남지역에서 저녁약속이 있을 경우 교통혼잡을 피해 승용차대신
전철을 자주 이용한다는 것.

"길에서 시간을 뺏기느니 조금이라도 업무를 더 처리하는게 현명하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그런 정회장이지만 일에 대해서는 몹시 공격적이다.

이날 발표한 미국 반도체공장 프로젝트만 해도 시장예측만을 믿고 1조원을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선 설명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올초 AT&T 비메모리사업부문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뒤에는 김영환
미국법인장에게 "공로"를 인정해 4천5백cc급 링컨 컨티넨털 타운카를
선물하기도 했다.

보성고와 연세대 국문과 재학시절 수줍을 잘타는 내성적 성격이라고해서
"샌님"이라고 불렸던 정회장의 이날 "화려한 외출"을 그가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는 "공격 경영"과 관련지어 해석해보려는게 회사관계자들의
분위기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