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한국에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의 주요행사가
잇따라 열려 새로운 아.태시대를 주도하려는 한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역내 기술교류를 위한 제1회 APEC 테크노마트가 지난 22일 대전에서
개장된데 이어 제1회 APEC 통신.정보산업 장관회의(5월29~30일)의
준비를 위한 고위 관계관회의가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정보통신 관계관회의는 주로 APII(아.태지역 정보통신기반)구축을
위한 행동계획을 협의했는데 이를 토대로 통신.정보산업 장관회의에서는
서울선언문이 채택되리라고 한다.

한마디로 회원국들을 하나로 잇는 역내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회원국간의 시.공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APEC가 단순한 협의체를 넘어 경제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내 정보 통신 기반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경제적 격차가 심하고 문화가 다양한 아.태지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려는 계획이 실현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첫째 공동 프로젝트추진에 앞서 기술 선.후진국간 갈등요인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GII(글로벌 정보 통신기반)와 AII(아시아 정보
통신기반)라는 선진국위주의 네트워크구축을 주창하고 있다.

자신들의 독점적 기술을 앞세워 자유로운 경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속셈이다.

반면 개도국들은 네트워크가 경쟁보다는 협력에 기초하고 국가간
기술수준에 따른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뚜렷한 입장차이를 그냥 덮어둔채 정치적 계산등 다른 요인에
의해 회의분위기가 좌우돼서는 안된다.

특히 선진국들은 역내 초고속 정보 통신망구축의 기본정신이 선진국에
의한 정보 통신시장 지배가 아니라 정보 통신기반의 고른 발전을
통한 아.태지역의 공동번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들째 정보 통신기술의 평준화를 위해서는 회원국간 통신기술의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일본이 미국 캐나다 독일 등과 합의한 초고속통신망
접속실험을 아시아 국가들에도 개방하겠다고 제의한 것은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의는 일본의 통신시설에 대한 접속모집의 형태가
돼서는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민간부문의 투자촉진및 참여확대가 필수적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과감한 경쟁도입및 규제완화와 같은 통신정책의
변화를 통해 민간기업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일이 더 이상 늦출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한국통신의 민영화를 포함,다각적인 통신사업
개편을 추진키로 한 것은 앞으로 초고속통신망 프로젝트가 몰고올
아.태지역의 통신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바람직한 조치라고
본다.

한국의 이같은 경쟁력 강화노력이 이번 APEC 정보 통신회의를 계기로
더욱 촉진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