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 가운데 하나라도 요동치면 기업은 고전하게
마련이다.

홍콩 소매업체들은 요즘 지나치게 높은 땅값 때문에 애먹고 있다.

매장 임차료를 빼고나면 장사를 잘해도 남는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소매업체들은 매장을 합치거나 아예 문을 닫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임차료가 비싼 도심을 피해 외곽으로 매장을 옮기기도 한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93년과 94년에 40% 급등했다.

올들어서는 부동산시장이 다소 위축됐지만 값은 이미 오를만큼 올라 있는
상태다.

코스웨이만에 인접한 중심지역은 월임차료가 평균적으로 평방피트당
500홍콩달러를 호가한다.

우리식으로 환산하면 평당 180만원에 육박한다.

높은 땅값이 아니어도 홍콩 소매업체들에는 걱정거리가 많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소비가 현저히 위축되고 있는게 그 하나이다.

지난해에는 소매판매가 6%나 증가했지만 올들어서는 2월말까지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홍콩 최대의 시계판매업체인 시티체인의 경우 금년말까지 73개의 매장
가운데 10개를 문닫기로 했다.

또 도심지에 있는 일부 매장을 땅값이 싼 외곽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 회사가 취급하는 품목은 "씨마" "엘리스" "아디다스" 등 중가 브랜드의
시계.

고급품이 아닌데도 매출부진이 심화돼 임차료를 빼고나면 손에 남는게
없자 이 회사는 감량에 돌입키로 했다.

시티체인은 홍콩에 개설한 매장의 80%를 임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차료가 영업비용의 25~30%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임차료가 비싼 지역의 매장도 유지해왔다.

홍콩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카페 드 코럴은 지난 수년동안 매장수를
120여개로 대폭 늘렸다.

그러나 연내에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폐쇄하고 일부 매장은 면적을
줄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매출을 15%나 증대했으나 임차료
가 급등하는 바람에 순익은 39% 급감했다.

임차료가 이 회사 영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한다.

스포츠용품 소매업체인 G2000 스포츠웨어는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인근에
있는 다른 매장에 통합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마디로 90년대 초반에 오를대로 올라버린 땅값이 홍콩경제 성장을 저해
하는 악재로 등장한 셈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