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풍연은 미소년 하나를 어디서 구해와서 애무하며 즐겼다.

특히 애기살처럼 보드라운 볼록한 두 엉덩이를 손으로 쓰다듬을 때는
그 쾌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두 엉덩이 사이에 핀 후정화속으로 옥경을 밀어넣은 풍연은 그 지극한
쾌락으로 인하여 기절을 할 지경이었다.

이런 쾌락을 안겨주는 남색인데, 남자들이 여자를 안는 일이 어리석게만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일을 다 끝내고 보니 소년의 엉덩이에서는 피가 흥건히
흘러내리고, 소년은 항문이 찢어진 고통으로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풍연은 좋았던 기분이 일시에 잡치는 것을 느꼈다.

"얘, 울지 말고 이 돈 가지고 방을 속히 나가거라" 풍연은 소년에게
돈을 얼마 집어주고 돌아누워 버렸다.

애제를 지극히 사랑했던 동현과 같은 상대는 없는 것인가.

풍연은 남색을 하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을 느끼는 가운데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상대를 찾기란 가물에 콩나듯 할 뿐,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럴 즈음, 풍연이 사는 동네에 웬 남자가 열서너살 정도 되어 보이는
계집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 남자는 동네로 들어와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계집을 팔겠다고
흥정을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남자가 틀림없이 뚜쟁이일 거라고 수군거렸다.

뚜쟁이가 풍연의 집으로 와 대문을 들어가려 하자 문지기가 막아섰다.

"누구시오? 누굴 만나러 가는 길이오?"

"이 집 주인 어른을 만나러 왔소. 계집 하나를 팔까 하고"

"우리 주인은 계집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소. 우리 주인은 남색가란
말이오. 당신이나 판다면 모를까, 후후"

문지기는 놀리는 투로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녀 같은 것은 필요할 거잖소? 주인이 물건을 보면
마음이 움직일지도 모르니 한번 말이나 꺼내볼 수 있도록 전갈을
해주시오"

그러면서 뚜쟁이가 옷주머니에서 엽전을 한움큼 꺼내어 문지기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풍연을 만난 뚜쟁이는 계집을 풍연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풍연은 처음에는 하녀로 쓰기 위해 여자를 사려고 하였으나,뚜쟁이가
데리고 온 여자를 보는 순간 어찔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여자를 보고 이런 감정을 가져보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풍연은 스스로 혼돈이 생겨 며칠 여유를 달라고 하였다.

풍연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뚜쟁이는 바짝 풍연에게
다가붙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