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중인 다자간투자협정(MAI)이 "발등의 불"로
다가섰다.

지난 23일 파리에서 열린 OECD각료이사회가 회원국간 국제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해 MAI를 오는 97년부터 시행키로 합의, OECD가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 2차산업은 물론 금융 서비스등 거의 모든 업종을 대폭 개방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MAI는 2국간에 맺어오던 "투자보장협정"보다 훨씬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보장협정이 양국간 기존투자를 내국민대우를 통해 보호하는 것이라면
MAI는 신규투자까지 자유화시키는 것이 골자다.

더욱이 MAI는 "투자대상"의 개념도 금융.증권시장, 매수.합병(M&A),
부동산, 영업권, 지적재산권등으로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MAI가 오는 97년부터 회원국을 중심으로 이행될 경우 그때 이미
회원국이 돼있을 한국도 이들분야를 선진국에 대폭 개방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물론 MAI는 다른 OECD규범과 마찬가지로 강제성은 없다.

또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분야에 대해선 각종 유보조치를 취할수 있기
때문에 개방부담을 어느 정도 덜수 있다"(방영민재정경제원외국인투자
과장).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강제성이 성문화돼 있지 않다는 의미일뿐
거의 모든 회원국이 MAI를 수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OECD가입협상을 시작해야할 한국으로서는 협정수락여부가 가입
조건의 유.불리에 어떤 형태로든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협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외무부관계자).

유보조치도 논리적으로 합당한 이유를 제시,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설사 유보를 받았더라도 OECD가 내걸고 있는 "최대자유화 원칙"과 "유보
확대 금지(Standstill)원칙"등에 따라 단기간내에 자유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MAI협정을 계기로 신설될 예정인 "분쟁해결기구"에 제소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MAI는 현재 재경원이 마련해 놓고 있는 "외국인투자 자유화계획"
보다 훨씬 광범위하고도 빠른 속도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재경원은 오는 97년까지 외국인투자 자유화도를 95%까지 높일 계획이지만
경쟁력이 취약한 대다수 서비스업종은 이 대상에서 빠져있다.

따라서 MAI는 금융 법률 의료 방송등 허약체질의 국내서비스산업을 OECD
회원국에 내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정부의 대비태세.

외국인투자정책을 총괄하는 재경원과 OECD정책을 맡고있는 외무부는 MAI의
"위력"에 대해 "아직 걱정할 수준이 못된다"며 느긋해 하고 있다.

MAI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각료이사회 결과에 대한 부처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언젠가는 거쳐야할 과정이라면 유비무환의 자세로 임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