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대의 "국가경영전략"으로 추진중인 국제화및 세계화전략은
주로 우리 내부의 법과 제도를 개혁하는데 관심의 우선순위가 두어져왔다.

세계화의 파고속에서 이른바 전방위개방이 급진전됨에 따라 유입되는
외국의 문물과 사상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기위한 대내 수용태세의
정립이 필요할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안팎의 무한경쟁속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도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기위한 노력역시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국제화 세계화 전략이 바깥세계를 향한
정책적 청사진을 결여한채 대내 지향적 개혁만을 겨냥하는것은 상당한
문제를 안고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의 세계화전략은 "한개의 바퀴"만으로 움직이려는
수레의 형상에 비유될수도 있을것이다.

최근에 들어서면서 우리 주변의 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며,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대응전략의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전 동남아국가기구는 지역확대회의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한바
있다.

회의 의제중의 하나는 세계경제의 지역주의화에 대비한 동아시아지역의
역내협의체를 구성하는 작업이었다.

고심끝에 정부는 결국 회의참석을 유보한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알려져있다.

회의초청을 수락할 경우 미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이 배제된 모든 형태의 소지역주의( Subregionalism )적 접근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간에 존재하는 발전의 격차및 문화적 이질성과 이해관계의
상충에 기인하여 APEC는 출발에서부터 한계를 갖고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과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APEC에
대하여 "수동적 참여"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터이다.

제기되는 질문은 따라서 우리가 대미관계를 고려하여 동아시아지역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세계경제의 지역주의화속에서 과연
우리의 "국익"을 효과적으로 방어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한가지의 예에 불과하다.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하여 한.러간 방산분야의
협력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러시아의 방위산업에는 다양한 첨단기술들이
체화되어 있으며 러시아는 수년전부터 방산의 민수공급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이미 수년전 한.러간에 과학기술협정이 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후속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및 독일이 러시아의 첨단기술을 앞다투어 "채취"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러시아의 과학기술자들을 체계적으로 동원하여
기술습득에 박차를 가하고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외교의 개가로 평가되었던 북방외교의 계기를 "국익"의 극대화에
활용할수있는 전략과 청사진이 결여되어 있기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의 대중진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지난해말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들여온 자본에서 한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바로 이웃의 거대한 잠재시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명실상부한 국제화 세계화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일편향적 시각과 정책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전략적 틀( Global
Strategy )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일방적 의존관계"에서 탈피하여 정책의
자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주의화에 대한 대응전략의 수립문제 통상문제 북방진출 남북한경제관계
등에 있어 우리의 행동반경은 기존의 한.미관계의 틀을 전제로 하는한
특히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