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예상밖의 공동시장개입에 나선것은 여러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더이상 달러가 떨어지는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진국들의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최근 달러당 81엔및 1.37마르크선까지 달러가 급락, 80엔과 1.35마르크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달러약세(엔고)추세에 제동을 걸기위해 서둘러
달러매입, 엔.마르크매도의 시장개입작전을 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주말부터 급락세로 돌아선 달러는 아무런 조치없이 그냥 내버려둘
경우 빠르면 이번주말이나 내주초에는 다시 80엔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관측돼 왔다.

저달러를 통상무기화하지 않는다는 미관리들의 거듭된 "말"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미국이 대일무역협상에서 달러약세를 협상타결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시장의 의혹을 불식시키려 했다는 것도 이번 시장개입이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의미이다.

미국은 이번 시장개입을 통해 대일자동차시장개방 압력용으로 저달러정책을
취할 의도가 없음을 알리고자 했음직하다.

이 두가지의미는 미국이 시장개입을 주도했다는 사실에서 뒷받침된다.

세번째의미는 미국과 독일이 금리인하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
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부양의지를 내외에 과시, 앞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더라도 이때문에 달러가 폭락하는 사태를 예방하겠다는
의도를 표출한 것으로 여겨진다.

독일은 시장개입에 동참함으로써 마르크하락을 용인, 마르크의 추가하락을
몰고올 금리인하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전격적인 공동시장개입을 통해 선진7개국(G7)의 결속력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의미이다.

G7의 정책협조노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세간의 따가운 시각이 비등하자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4월25일의 G7재무장관회담에서 나온 "달러회복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합의가 빈말이 아님을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조치이다.

또 앞으로 2주일후 헬리팩스에서 열리는 G7정상회담전에 미,일,독등 세계
경제핵심국들이 자신들의 공조체제를 세계각국에 시위하기 위한 속셈도
이번 조치에 들어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이번 시장개입으로 달러회복분위기가 정착될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달러안정의 열쇠를 쥐고있는 미,일,독 3국이 통상문제와 거시경제정책면
에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경기침체기미가 엿보이고 무역.재정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등
미국의 기본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있어 근본적으로 달러가 올라갈 요인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날의 시장개입이 일시적인 달러회복효과는 내겠지만 올들어 지속
되고 있는 저달러추세에 마침표를 찍지는 못할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80엔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88엔위로
올라가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