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중소기업이 개스킷하나로 세계시장의 두터운 벽을 뚫고 한국제품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개스킷전문생산업체인 코리아후지팩킹(대표 이종태).

이 회사에는 요즘 세계 각처로부터 대리점을 계약하자는 요청과 함께 견적
의뢰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산 개스킷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이집트등 12개국의
수출에 이어 올들어선 스웨덴 핀란드 그리스 요르단 미국등 10여개국으로
부터 수출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와는 합작현지법인 설립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이다.

개스킷은 가스나 냉각수등이 새지않도록 배관 접합면에 끼우는 부품으로
석유화학 반도체등 기간산업에 두루 사용되는 정밀기술제품이다.

세계각처에서 일어났던 석유화학공장과 개스의 대폭발사고가 배관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스킷의 중요성을 알수있다.

이 회사의 제품이 유독 인기를 끌고있는 것은 타국제품에 비해 품질이
월등 우수하기 때문.

또한 세계의 각종 무역박람회에 개스킷을 출품시키는등 열심히 뛰어다닌
영업전략도 주효했다.

코리아후지팩킹은 최근 상호변경과 함께 무역회사도 신설했다.

"한국후지팩킹"에서 "코리아후지팩킹"으로 이름을 바꾸고 "코리아후지
코퍼레이션"이라는 무역회사를 별도로 설립했다.

개스킷의 "글로벌리제이션"을 이루기위해서는 체제부터 정비를 해야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이 회사가 수출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는 이종태사장(65)이 전북도내
11개업체와 함께 남미통상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 베네수엘라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등 여러나라를 돌며 회사제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투자요청이
속속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이후 수차례의 국제무역박람회참가와 함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모스크바 핀란드 독일 벨기에 그리스 사이프러스등 20여개국을 직접
다니면서 제품상담을 벌여 이중 그리스 요르단 핀란드 스웨덴등과는 대리점
계약체결을 추진중이다.

"외국에 나가서 "이제품은 개스킷이 아니라 예술품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수출제의를 받았을때는 그간의 창업, 기술개발, 판매등 경영난에서
겪은 고생이 눈녹듯이 사라지더군요"

무역업체인 천우사상무를 끝으로 정년퇴직, 85년 한국후지팩킹을 창업한
이사장은 "세계수십여개국을 돌아보면서 창업10년만에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힌다.

그간 게이트밸브용 개스킷, 스파이럴 와운드(나선형)금속 개스킷등 여러
종류의 비석면개스킷을 개발해온 이 회사는 지난해 일본스미모토금속이
실시한 성능테스트에서 우수판정을 받았다.

개스킷의 생명인 복원률, 내열성, 누출검사등 여러 항목에서 완벽한 품질
보증을 따낸 것.

최근엔 개스킷을 포함, 테프론을 재질로 한 실(SEAL)제품을 개발하면서
CNC선반, CNC머시닝센터등 설비를 전북고창공장에 새로 설치, 양산체제를
갖추고 일본후지에 OEM으로 지난2월과 4월에 15만달러어치를 선적했다.

코리아후지팩킹은 올해수출목표를 일단 70만달러로 잡고있다.

잘못 사용하면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을수 있는 개스킷의 특성상 납품
초기에는 소량씩만 수출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이나 가스산업이 발달할수록 고압 고열에 견딜수 있는 제품이
따라 나와줘야 합니다. 올해안으로 경남 울산 여천동에 개스킷개발센터를
건립, 신제품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코리아후지팩킹을 "롤렉스시계"처럼 규모는 작지만 유명한 세계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이사장의 모습에서 "코리아의 밝은 미래"를 엿보게 된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