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은 중국에서 천안문사태가 일어난지 꼭 6주년이 되는 날이다.

천안문사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를 무력진압하면서
빚어진 유혈참극 사건이다.

하지만 사건발생 6년이 지나도록 역사적 평가는 물론 사건의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그동안 중국의 반체제인사들은 천안문사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특히 올해는 최고실력자 등소평의 사망임박설이 맞물려 중국지도층과
반체제세력간의 긴장이 어느때보다 고조돼 있다는 소식이다.

반체제인사 45명이 전례없이 연명으로 천안문사태에 대한 재평가탄원서를
제출한데이어 중국공안당국도 전국에 걸쳐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격리조치를 단행했다고 한다.

반체제세력의 저항과 중국정부의 강경대응은 해마다 이맘때면 되풀이
돼온 연례행사였다.

그러나 올해 양측의 움직임이 유난히 주목을 받게 된데는 최근 중국이
안고있는 여러가지 불안요인들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정치안정에 핵심역할을 해오던 등의 위중설로 권력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고 진희동 북경시당서기의 숙청등 중국지도부의 부패척결작업이
권력투쟁의 조짐으로 비쳐지면서 정국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 사회적으로도 인플레문제 실업자급증 빈부격차심화 지역갈등격화등
중국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등의 카리스마가 사라지는 전환기여서 정치체제자체에 대한
안정마저도 시험대에 올라있는 형편이다.

이런 여러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조만간 내부권력투쟁이
일어나거나 개혁개방정책이 후퇴하는 것과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국민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중국지도부는 현행 사회주의시장경제체
제를 근간으로하는 경제발전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문사태이후 중국의 정책은 잠시 보수쪽으로 방향선회를 한
적이 있었지만 등소평의 이른바 남순강화발표이후 경제성장에 진력함으로써
국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린 경험을 중국지도층은 아직도 잊지 않을것이다.

남순강화이후 작년까지 3년간 중국은 해마다 10%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룩한데 힘입어 국민의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국민의 관심사를
체제논쟁보다는 물질적 풍요로 몰고간 것이다.

이런 배경탓인지 천안문사태 6주년이 되는 요즘 북경의 거리는
예년에 없이 평온한 분위기라고 한다.

심지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천안문사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고
들린다.

천안문사태 자체는 지금 중국에서는 분명히 국민의 관심권에서
다소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등이 사망할 경우 천안문사태는 중국정국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포스트등의 중국상황을 예단하는데 있어 천안문사태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