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구소련권 국가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 블록
이었다.

냉전종식으로 공동의 적이 사라졌기 때문에 NATO의 존재의의도 유명무실
해진 상태이다.

정치 군사적 의미의 NATO를 대신해서 경제 NATO격인 범대서양 자유무역지대
(TAFTA)를 창설하자는 논의가 요즘 북미 유럽에서 활발하게 진행중이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TAFTA구상은 캐나다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그동안 유럽쪽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는데 지난 2일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이 긍정적인 방응을
나타냄으로써 개별차원의 주장단계에서 정부차원의 논의단계로 격상되었다.

TAFT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3개국과 15개 EU
(유럽연합)회원국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한다.

만약 이 구상이 실현되면 인구는 7억7,000만명에 이르고 전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역이 형성된다.

따라서 TAFTA의 출범은 지구촌 경제구도자체가 재편될 만큼 세계 경제전반
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게 확실하다.

물론 TAFTA 창설안은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지역은 문화적 역사적 동질성이 높은 데다 공업발전의
정도도 엇비슷하기 때문에 여타 경제협력체에 비해 통합작업은 그만큼 수월
할 것으로 보인다.

또 EU와 NAFTA가 자체 결속력이 특히 강하다는 점도 통합을 가속화 할
요인으로 판단된다.

TAFTA 구상은 국제 무역추세가 과거의 지역주의에서 세계주의로 향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자연스런 현상으로도 볼수 있다.

이 때문에 TAFTA가 실제로 출범한다고 해도 세계무역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규모의 확대로 국제무역이 급증하면서 기업발전과 함께 세계 경기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측면은 생각할수 있겠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대유럽투자는 전세계 나머지 지역에 대한 투자규모에
맞먹는다.

문제는 북미와 유럽간 경제교류가 이처럼 엄청난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이제와서 왜 새삼스럽게 경제통합을 추진하려는가 하는 점이다.

자유무역지대란 본래 역외 국가에 대해 보호주의 색채를 띠게 마련이다.

따라서 막 출범한 WTO(세계무역기구)정신과는 배치된다.

또 시장규모를 인위적인 통합으로 확대하겠다는 발상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북미 유럽 국가들이 자유무역 공정무역 정신에도 부합되지 않는 TAFTA구상
을 추진한다면 이는 전세계 부의 과점을 위해 새로운 "부국클럽"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새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거대한 무역블록에
의해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범대서양 자유무역지대라는 경제 NATO가 내심 상정하는 공동의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시아지역 국가일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TAFTA 창설구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