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이식으로 난치병에 걸릴 운명을 가진 생쥐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잔인해 보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생쥐가 현대의학의 과제인
암과 AIDS등 각종 난치병해결의 열쇠를 쥐고있다고 할 수 있읍니다"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의 서정선교수(암연구소 유전자이식센터소장)는
생쥐의 창조자로 불린다.

서교수와 서교수가 이끄는 유전자이식센터연구원들은 유전자조작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지않았던 새로운 형질의 쥐를 여럿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국내와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당뇨병생쥐와 면역결핍
생쥐.

당뇨병생쥐는 수정란에 유전자재조합으로 만든 열충격단백질유전자를
이식받아 생후 3개월정도면 자연히 당뇨병에 걸리는 생쥐이고 면역결핍생쥐
도 같은 방법으로 선천적으로 면역능력을 갖지않고 태어나 몸안에 이질적인
세포가 들어와도 싸워내지 못하는 쥐이다.

서교수가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 8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생화학회에서 미하버드대 필립 레더교수의 강연을 듣고.

그는 훗날 하버드마우스로 유명해진 유방암유전자이식생쥐를 처음으로
소개해 국제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레더교수를 찾아가 유전자이식생쥐에 대해 배우고싶다고 했지만 거절하더
군요. 그래서 국내에 돌아와 장비를 하나둘 장만하면서 여기저기서 조금씩
배워 나갔읍니다. 당시만해도 아주 생소한 분야였는데 녹십자의 허영섭회장
이 재정지원을 해줘 큰 도움이 됐었지요"

그후 미 오하이오대에서 유전자미세조작작업을 해온 김순희책임연구원이
서교수에 합류했고 89년 과기처의 특정과제로 선정, 3년간 2억원을 지원받아
쥐장을 갗추고 연구원들도 확보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유전자조작된 생쥐들이 질병에 걸리지않아 건강한 쥐만
나왔다.

쥐가 언제나 병에 걸리나를 기다리며 지켜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92년 흉선암유전자를 이식받은 쥐중에 계획대로 암에 걸린
쥐가 나타났다.

제대로 유전자이식이 된 것이다.

유전자이식으로 질병모델을 가진 생쥐를 만드는 일은 기술적 어려움말고도
또 다른 갈등요인이 있다.

"당뇨병생쥐의 경우 혈당측정을 위해 손가락만한 크기의 생쥐에게서 한번
에 5차례나 피를 뽑는데 쥐는 고통으로 몸부림치지요. 인간만을 위해 운명적
으로 병에 걸려 고통받는 생명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착잡한 적도
있읍니다"

이때문인지 서교수는 2년전부터는 고기를 먹지않는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러나 인간이 극복해야할 질병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가할
새가 없다고 서교수는 말한다.

최근 의학연구도 개체에서 세포수준으로 내려온 분자생물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현재로서는 유전자이식동물을 통한 연구라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이식이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않아 제도적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난여름 혹서에는 연구실 냉방이 잘 안돼 실험쥐들이 생식능력
이 떨어져 하마터면 그간의 연구가 물거품이 될 뻔한 적도 있읍니다"

이때문에 서교수는 현재 이연구를 알리고 지원을 엮는 역할까지 다 해내고
있다.

"면역결핍생쥐의 경우 이미 세계시장의 수요가 1억달러에 달한 엄연한
상품입니다. 미국에는 유전자이식생쥐를 만드는 업체도 있구요.

당뇨병생쥐나 면역결핍생쥐가 미국에서 특허를 받는대로 전세계 의학관련
연구기관및 제약업체에서 원하는 쥐를 만들어 분양하는 형태로 사업화할
계획도 갖고 있읍니다.

21세기에는 유전자이식동물이 매우 커다란 비즈니스로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