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래 <무공 통상정보본부장>

지난 4월22일은 25번째 지구의 날이었다.

산업혁명이후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산업발달로 인해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1970년에 지구의 날 행사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린이후 어느덧 4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올봄에도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중금속오염이 심한 황사현상의
폐해가 우리들의 우려섞인 관심사항으로 떠오르는등 이제 환경문제는
사치스러운 선진국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46억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온 지구 도처에서 환경에 대한 심각한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을 보이고 있는 중국 북동부 심양 공업지역에서는
폐암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지구전체에서 매년 200억t이 넘는
이산화탄소와 40만t의 프레온가스가 방출돼 지구온난화와 오존층파괴가
심화되고 있어 이로 인해 1,000만명의 환경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재앙으로 인한 인류공멸의 위기는 날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라는 환경철학이 담긴 시각은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이념적 규범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환경문제는 오존층파괴 온난화 산성비 열대림 감소 해양및
국제하천의 오염등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최근 환경에 대한
위기위식과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서서히 국제적인 환경보호 규제의
틀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런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조치로 국제무역질서속에 다자간 규범을
마련하여 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무역제한 조치를 취할수 있도록
하는 환경과 무역문제의 연계동향이 더욱 가시화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지난달말 베를린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1차
당사국총회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금번 회의는 당초 예상대로 선진국및 개도국의 의견대립으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채 막을 내렸다.

당초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어 지구적인 생태계
파괴가 진행될 것을 우려한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감축이라는 총론에는
쉽게 합의를 보았으나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한걸음 빼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

개발도상국 역시 자국의 경제적이익을 위해 협약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환경문제상의 남북문제로 인해 구체적인 합의는
힘들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국가간 자유무역거래를 내세운 WTO체제의
출범과 지구환경을 살리자는 거절하기 어려운 대의명분을 앞세워 선진국
을 중심으로 환경을 볼모로 한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하겠다.

따라서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로서는 그룹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한 잠시동안의 진공상태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인 것이다.

또한 오존층파괴물질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와 같은 다른 환경협약상에도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를 얻음으로써 국제적 부과의무를 유예받고 있지만
OECD가입신청서를 이미 제출해 놓고 있는 우리로서는 앞으로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의 구조적 취약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
시킬수 있는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이는 우리경제의
체질강화와 경쟁력향상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한 것이다.

환경과 무역의 연계움직임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분명한 위협적 요인이지만 환경산업의 비즈니스 기회확대및 기업의
기술개발 촉진역할등 기회적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개의 모습이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개발( Sustainable Develompent )"이 가능한 것이며
또한 이는 21세기 지구공동체의 새로운 목표점으로 지향될 것이므로
문제를 직시한 해결방안 모색이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탈냉전이후 각국의 이해관계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지구환경의 국제역학
구도에서 우리의 입장과 현실을 감안한 국가차원의 대응논리 개발과
확고한 실천의지를 통해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패자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