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양승득 < 유통부 기자 > ]]]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군 남사면 창리에 국내최초의
상업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유한섭 신세계백화점부회장(58)은 "미개척상태나 다름없는 상업사연구에
벽돌 한장을 쌓는다는 뜻으로 박물관을 건립했다"고 밝혔다.

유부회장은 지난64년 삼성그룹 공채5기로 입사한이후 75년부터 신세계에
근무해 왔다.

-상업사박물관을 세운 동기는 무엇입니까.

"사농공상식의 정신적유산이 우리사회를 지배해 온 탓인지 상업과 유통
산업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타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해 상업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

"약20억원의 자금이 들어갔지만 정작 힘들었던 것은 자료수집 작업
이었습니다.

일단 7백90여점을 전시하고 있지만 앞으로 많은 독지가들이 나와 유물이나
자료를 제공하면 더 훌륭한 박물관이 되겠지요"

-이야기 방향을 돌려보겠습니다.

국내유통업계가 가격파괴업종의 출현과 시장개방을 앞두고 일대전환기를
맞고 있는것 같습니다.

"제조업중심의 산업정책에 밀려 국내유통업은 선진외국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격파괴바람과 유통시장개방으로 재편기를 맞고 있습니다"

-신세계가 할인점 E마트와 프라이스클럽등 가격파괴업종에 먼저 뛰어든
배경은 무엇입니까.

"유통시장개방으로 외국의 가격파괴형 신업태가 몰려올 것에 대비, 이들과
겨룰수 있는 자체경쟁력을 길러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영세성과 거래질서의 문란현상이 두드러진데다 소비자의 의식변화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유통구조하에서는 외국업체들에 의한 급속도의 시장잠식을
피할수 없게 돼있습니다"

-가격파괴형 신업태의 장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일물다가시대를 연 신업태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선택권과 함께
실질소득증대효과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확인된 이상 신업태의 볼륨확대
는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유통혁명시대의 과제도 적지 않을텐데요.

"제조업체의 경우 신업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합니다.

판매는유통업체에 맡기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만 전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통업체 역시 내부혁신을 통한 경비절감노력을 가속화하고 메이커와 합심
해 값싸고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백화점간의 판매경쟁도 과열되는것 같은데요.

"노마진등의 저가판매전략은 일시적 미봉책일 뿐입니다.

백화점은 "고품격 쇼핑장소"로서의 본래의미를 지켜야 합니다.

양질의 PB(자체상표)상품및 과학적인 운영시스템 개발, 고객만족경영을
통해 신업태와는 차별화된 독자적 고객층을 확보해 나가야할 것으로 봅니다"

-백화점업계의 성장추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백화점업계는 90년대 들어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바겐세일의 매출신장률만 보더라도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고도성장기는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된지 3년반이 지났습니다.

신세계의 장래비전은 어떻게 잡혀 있습니까.

"40주년이 되는 오는 2002년에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연간매출 7조5천
억원의 초일류 유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각오입니다.

주력사업인 백화점외에 할인점 호텔 케이터링 여행 패션사업등으로 가지를
계속 뻗어 나갈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