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형 경수로는 어떤 과정을 거쳐 북한에 제공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우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성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9일 공식발족한 KEDO는 한마디로 "대북경수로지원"이라는 특수
목적을 띠고 탄생한 국제컨소시엄이다.

이와 동시에 앞으로는 경수로사업진행과정에서의 대북협상 창구역할까지
맡게 된다.

KEDO설립협정에 따르면 KEDO의 설립목적은 북한에 <>1천MW급 경수로를
제공하고 <>이와 관련된 재원조달과 공급방안을 마련하며 <>대체에너지를
공급하는등 미북합의문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KEDO는 <>경수로공급사업의 평가와 관리 <>회원국으로부터의
자금수령 <>북한으로부터의 상환 <>관련협정.계약체결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회원국은 원회원국및 일반회원국으로 나눠진다.

원회원국은 한.미.일 3국.

일반회원국은 KEDO에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로 현재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가
가입했고 영국등 10여개국이 참가의사를 밝혀놓고 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는 한미일대표 각1명으로 구성되고 만장
일치제로 운영된다.

사무총장은 KEDO의 행정최고책임자로 집행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일반행정
업무를 총괄한다.

현재 사무총장은 미국의 스테판 보스워스미일재단총재, 2명의 사무차장은
한국의 최영진전외무부국제경제국장및 일본의 이타루 우메즈 외무성심의관이
맡고 있다.

KEDO는 조속한 시일내에 북한대외경제위원회와 경수로공급계약을 체결한후
주계약자인 한전과 상업계약을 맺음으로써 경수로제공사업의 발주자 역할을
하게 된다.

정식 상업계약 이전의 가계약단계에서 한전은 기본설계작업과 원자로등
기자재 생산을 시작한다.

물론 한전이 모든 기자재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설계 제작 시공등의
각분야별로 하청을 주게 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설계의 경우 원자력연구소,기자재제작은 한국중공업,
핵연료 공급은 한국원전연료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다음은 경수로 부지조사를 위한 기술진이 방북을 하게 되는데 빠르면
올가을중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부지조사가 끝나면 부지정리작업을 시작,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

계약체결등의 과정에서 북한과의 마찰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공사는 올해
안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착수후 3년정도가 지나면 핵심부품이 인도되기 시작해 오는 2001년
1호기가 완공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한편 경수로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은 현재 약4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나 이를 어느나라가 어느 정도 염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40억달러라는 수치도 울진3.4호기의 건설비용(99년 경상가격기준 3조3천4백
59억원)을 달러로 단순환산해 본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 경수로를 짓는 비용은 이보다는 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한에서는 부지확보 비용이 남한보다 저렴한데다 인건비 자재비
등도 훨씬 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10%에서 20%정도는 상황에 따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요비용의 규모보다 더 큰 문제가 한미일 3국의 재정부담 비율이다.

현재 한국은 70%, 일본이 20%,KEDO일반회원국이 나머지 10%를 내고 미국은
운영비를 부담할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설에 불과하다.

3국간 비용부담은 우선 북한내 현지조사등을 통해 산정된 총비용이 나와야
그 비율을 정할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3국간에 부담비율에 관한 얘기가 전혀 이뤄진게 없다는게 정부
설명이며 3국중 어느 나라도 정확히 "우리가 얼마를 내겠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엔도 경수로담당대사는 13일 KEDO집행이사회가 끝난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일본은 얼마를 부담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상당한
(significant) 기여를 할 것"이라는 외교적 언사로 대답을 갈음했다.

이처럼 3국은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이같은 모호한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들 세 나라 모두 재정염출을 위해선 국회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들
집권세력의 여론기반이 튼튼하지 못해 쉽사리 낙관할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
이기도 하다.

따라서 3국간의 재정분담 비율 결정은 경수로사업에서 있어서 또하나의
"넘어야할 산"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