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건회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초고속 성장을 하고있는
신한금융그룹에서 요즘 삐꺼덕 소리가 나고 있다.

지금까지 전혀 상상할수도 없었던 "인사항명"이 일어나는가 하면
금융기관중에서는 처음으로 계열사노조들이 연대협의체를 구성하는등
심상찮은 모습이다.

금융계에선 신한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이 일과성 해프닝인지 아니면
지난 77년 제일투금설립이후 창업 18년째를 맞아 성년으로서의 아픔을
치르는 것인지 궁금해하고있다.

일과성으로 보는 시각은 인사항명이 불거져 나온 곳이 일반 금융기관과는
특성이 다른 보험(신한생명)쪽이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달 22일 정기주총에서 김현태부사장을 해임했다가
직원들이 농성을 벌이는등 소동을 빚었다.

결국 이러한 관리부재의 책임을 물어 주총때 재선임된 송길헌사장이
한달도 못된 지난13일 전격 퇴진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한그룹측은 "신한생명을 설립할때 삼성생명출신인 김부사장이
데려온 이른바 "삼성사단"과 신한은행이나 공채출신들간에 알력이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이번 파동은 이러한 갈등의 연장선상일뿐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파동이 임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모두 쥐고 있는
이회장의 인사관리가 한계에 달했기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엔 이회장이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관리가 가능할 정도로 신한그룹의
규모가 작았으나 계열사가 7개로 늘어나는등 조직이 커지면서 그룹이
이회장의 통제권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지적이다.

특히 조직이 확대되면서 은행에서 계열사로 전출되는 임원들이
많아져 계열사임직원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룹내에선 최근 신한그룹내에 노조가 있는 은행 증권 투금 금고등이
"신한금융그룹노조협의회(신노협)"을 구성한 것도 이러한 상황들과
결코 무관치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노협관계자는 "협의회가 아직은 친목단체 수준"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면서 무슨 일을 해나갈지 논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협의회가 이회장중심의 그룹경영에 대한 견제세력이
되지않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신한그룹은 한때 간부급이상 임직원들이 연수를 할때면 "베네치아흥망사"란
책을 읽고 토론을 벌였다.

잘나가던 조직도 노쇠화되면 결국 조직이 경직화되어 쇠퇴한다는
주제의 책이다.

신한그룹은 그런 전철을 밟지말자는 뜻에서다.

신한그룹이 앞으로 베네치아공화국과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