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예산이 올해보다 8조원정도 늘어난 62조5,000억~63조원
규모로 편성될 것같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는 내년도 세입 증가율이 14~15%선일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재정의 경제안정기능을 지속하기 위해 "세입내세출"원칙을 지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부처의 예산요구액은 올해 예산보다 42.8%나 증가한
78조3,000억원에 달해 3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예산요구액중 인건비 교부금 방위비등 경직성경비를 뺀 사업비
요구액의 증가분이 올해보다 72.2%나 증가한 18조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전망대로 내년예산이 올해보다 8조원정도 늘어난다면
경직성경비증가를 뺀 사업비 증가액은 4조원에 불과해 사업비 요구액의
대폭삭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우리사회의 세계화및 지방화 추세에 발맞춰 예산편성방향도
대폭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선 환경 교통 주택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 존재하는 막대한 재정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재정적자 규모의 축소가 건전재정의 척도로 여겨진 나머지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및 공공복지 기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단순한 균형재정 유지에서 더 나아가 흑자재정으로 경기조절
기능까지 수행하고자 하는 정책방침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신축적인 재정규모조절이 공공복지 강화라는 예산편성 내용까지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둘째로 재정의 공공복지기능 강화가 반드시 대규모 재정팽창을
유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겠다.

단순히 돈을 쏟아 붓는다고 공공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오염이나 교통난을 유발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사후처리를 위한 예산지출보다 비용도 덜 들고 훨씬 더 효과적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의 경우 시장자율의 원칙을 최대한 살리면
지원예산을 최소화할수 있다.

셋째로 경직성 경비를 더 줄일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고 작은
정부를 지향해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전담기구를 신설하거나 기존조직의
확대를 꾀하는 성향은 여전하다.

예를 들면 대외경제문제의 종합조정을 위해 대외경제국을 실로 확대
한다든지,수입식품의 검역강화를 위해 식품관리청을 신설하자는 식의
논의를 들수 있다.

끝으로 예산편성을 보다 내실있게,보다 알뜰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업예산은 아직도 필요한 인력이나 기자재의 확보보다 건물신축이나
부지확보에 치중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각 부처의 예산요구때 예산당국의 삭감을 고려해 요구액을
지나치게 부풀리지는 않았는지,책임추궁이나 다음해 예산편성에 미칠
악영향을 피하고자 미집행 예산을 함부로 써버린 경우는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이같은 문제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심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