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닝사의 본사건물은 외곽이 전부 유리로 돼있다.

유리관련 제품에서 세계 최고봉임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코닝이 유리분야의 정상기업이라는 점은 랠프 퍼킨스국제담당부사장의
말에서 확인된다.

"코닝은 인류발전과정에서 세가지 큰 공헌을 했습니다.

세계최초로 유리전구와 TV브라운관, 광섬유를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코닝의 경영전략 핵심은 합작을 통한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이다.

전체 수익의 절반이상이 합작회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사실은 코닝의
경영전략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기 디시코 세계화담당이사는 코닝의 세계화는 이 경영전략의 수행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업무와 관련된 모든 기업들을 잠재적인 협력파트너로
보고 합작대상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코닝은 세가지 방향으로 합작사업을 추진한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 코닝이 개발한 기술의 상품화, 그리고 다른 기업의
기술을 활용한 상품생산이 그것들이다.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합작투자의 대표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삼성코닝과
독일 지코르사.

브라운관 생산기술을 갖고 있던 코닝은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시장
을 개척,확대해나가는 전략을 취했다.

독일 지멘스와 합작으로 세운 지코르를 통해서는 세계광섬유시장의
점유율을 넓혀 가고 있다.

코닝은 처음에는 유럽광섬유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단독투자업체 설립을
염두에 두었었다.

그러나 유럽각국 정부가 자국의 통신산업이 미국의 한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 유럽기업과 힘을 합해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방법을 택했다.

코닝의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한 합작회사로는 다우코닝이 있다.

코닝은 실리콘을 개발하자 혼자힘으로는 이 물질을 상용화하기 벅차다고
판단, 유기화학분야에서 최강의 기술과 유통망을 갖고 있는 미다우케미컬과
합작으로 다우코닝사를 세웠다.

다른 기업의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합작의 예로는 자동차용 촉매변환
장치를 생산하는 코에텍사를 설립한 것이다.

코닝은 기존의 세라믹기판기술에 일미쓰비시의 코팅기술을 접목시켜
촉매변환장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920년대부터 시작된 코닝의 합작사업은 18개국에 모두 48건에
이른다.

이중 9건만이 실패로 돌아갔을 뿐 나머지는 모두 성공작이었다.

미경영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따르면 대규모 합작투자나 전략적 제휴의
경우, 3분의 2가 첫 2년안에 재정적으로나 관리상으로 큰 문제에 부딪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하면 코닝의 합작사업은 대성공인 셈이다.

이처럼 코닝의 합작사업 성공률이 높았던데에는 지난 70여년동안의 경험
으로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나가는 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코닝은 합작투자를 선택가능한 여러 대안중 하나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경영의 필수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서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함으로써
다른 기업들과의 합작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코닝은 일단 합작사업을 염두에 두면 파트너선정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다.

우선 공식적으로 접촉하기 수년전부터 상대회사에 대한 모든 세세한 정보
를 수집한다고 퍼킨스 부사장은 설명한다.

그결과 공식협상에 들어갈때 쯤에는 상대방의 기업문화 재무상태 핵심
기술에 대한 파악이 완전히 끝난 상태가 된다.

코닝의 이같은 꼼꼼함에는 예외가 없다.

상대가 아무리 세계적인 대기업이라 해도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다.

독일의 세계적인 전자업체인 지멘스와의 합작을 준비할때도 코닝은
지멘스가 과연 올바른 파트너인지를 파악하기위해 수개월간 지멘스의 투자
전략을 연구조사했다.

또 지멘스의 협력기업과 컨설팅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지멘스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

코닝의 합작전략중 빼놓을수 없는 것은 합작사업을 수행하다가 도중에
손을 털고 나와 독자적인 기업을 해외현지에 세우는 전략이다.

퍼킨스 부사장은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일이와키사를 들었다.

이와키는 코닝의 합작사업 역사에서 손꼽히는 성공사례중 하나이다.

그러나 코닝은 지난 90년, 자사의 이와키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이 합작
기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와키의 사례에서는 코닝의 주도면밀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코닝은 지난 65년 일본유리업체 아사히유리와 50대 50으로 이와키사를
세웠다.

그후 코닝이 손을 털기까지 이와키사는 매우 좋은 경영성과를 냈다.

코닝은 그러나 80년대들어 장기적인 시각에서 은밀한 전략을 세웠다.

그것은 장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액정화면(LCD)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코닝은 이와키사에 LCD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난 84년에는 LCD
생산을 위한 기초설비를 갖추어 놓았다.

이어 86년부터는 LCD생산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87년부터는 조금씩 이와키지분을 매각하기 시작, 이와키와의
결별절차를 밟으면서 독자적으로 일본LCD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0년에 이와키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고 단독투자
형태로 일본에 LCD공장을 건설했다.

코닝은 사업환경과 시장진출조건이 까다로운 일본에 처음에는 합작형태
로 들어가 리스크를 줄이는 정책을 쓴 다음 합작사업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타진, 성공의 확신이 서자 독자적인 사업에 나선 것이다.

협력과 제휴로 세계제1의 유리관련업체가 된 코닝은 합작투자에 대해
몇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두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합작기업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가능한한 자율권을 많이 주면서 모기업의 경영참여를 최소화한다.

단지 모기업의 이사 3명씩으로 구성된 감독기구를 설립, 경영을 지도하고
감독할 뿐이다.

둘째는 합작투자시 지분참여비율을 50대 50으로 하는 점이다.

합작파트너들간의 진정한 협력을 위해서는 이 비율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다른 기업과의 합작을 세계화의 전략으로 쓰고 있는 코닝.

비록 인구가 2만명도 채 안되는 조그만 시골에 위치해 있지만 코닝의
브랜드는 세계곳곳을 누빈다.

합작전략을 통해 코닝의 각종 유리제품과 첨단통신자재 TV브라운관
의료진단기는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