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87년 노조설립이후 8년만에 무분규 원년을 기록
하며 올 임금협상을 타결한 것은 국내 노동운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매년 국내 노사분규를 주도해 온 현대그룹노조총연합
(현총련)의 핵심사업장이자 민노준의 실세여서 산업현장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 임협중에 일반조합원들이 무분규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무모한 정치
투쟁적 성향의 파업보다는 실리주의적 해결을 기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줘 향후 노동운동방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분규 원년을 이끌어내는데는 회사가 파격적인 임금인상을 제시하고
금기시하던 해고자복직 문제를 노조와 협의키로 결단을 내림에 따라 가능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올해도 임협 초기 단계에서부터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 분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노조가 임협과 함께 해고자복직 문제를 집중 거론했고 회사측은 협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대화의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했다.

한달간 대화중단 상태가 계속되다 지난달2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협에 들어간 노사양측은 여전히 대화의 벽이 높음을 실감했다.

게다가 지난달 12일 전현대자동차 노조대의원의 분신사건이라는 변수가
발생해 양상이 매우 복잡해 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4월 중순부터 강성 노조원들로 구성된 조선사업부에서 발화된
무분규 서명운동 불길이 전사업장으로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63일 파업으로 2백만-3백만원의 임금손실을 감수하며
얻은 투쟁성과가 무엇이냐"며 반문하며 노조집행부에 압력을 가해왔다.

노조집행부 내부에서조차 파업을 반대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세력이 점점 늘어나 파업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게 현지의 시각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회사는 올해를 노사관계 정착의 호기로 여기고
총액기준으로 노조안보다 더 많은 파격적인 임금인상안을 제시해 조합원들
로부터 많은 격려전화가 걸려오는등 큰 호응을 받았다.

여기에 그동안 금기시해오던 해고자복직 문제를 노사화합 차원에서
협의키로 함에 따라 노조에 명분과 입지를 제공했다.

노조도 더 이상 조합원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고 파업명분이
사라져 임협안에 잠정합의하고 올 임협을 마무리지었다.

이처럼 올 임협에서 노사가 양보와 타협으로 일궈낸 결실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여부는 노사양측에 달려있음을 현대중공업 노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울산=김문권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