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면 메스가 연상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형비디오카메라와 가느다란 관, 비디오화면이 수술장면
을 상징하는 도구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른바 내시경수술덕분이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은 10여년전 미국에서 처음 시도됐고 국내에는
80년대중반에 처음 소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용부위에 따라 복강경 관절경 흉강경 방광경 대장
내시경등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복강경의 경우 이미 담낭 담석절제술은 90%이상 복강경
수술로 이루어지며 충수돌기염(맹장염) 비장 탈장교정과 식도역류및 위식도
궤양, 췌장등 암수술이외의 거의 모든 복강내장기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영동세브란스병원이 주최한 국제내시경수술워크숍및 수술실연회에서는
국내처음으로 원격조종내시경이 등장했다.

원격조종내시경은 위산역류환자의 수술과 위종양제거수술을 비롯 내시경
척추융합수술에서 선보였다.

원격조종내시경은 의사가 외부에서 버튼을 조작하면 환자의 몸속에 들어간
내시경이 스스로 70도 혹은 360도까지 회전을 하면서 환부및 수술부위를
외부의 모니터에 비춰준다.

렌즈자체가 조각렌즈로 돼있어 안개가 끼지 않고 화면도 일그러지지 않으며
컬러해상도도 매우 높아 종전에 시야확보가 어렵던 고난도 수술까지 내시경
수술을 가능케하는 도구이다.

내시경척추융합수술은 배를 통해 들어간 지름 1cm 내외의 복강경이 복강과
후복막을 거쳐 척추앞쪽의 병이 생긴 부위에 도달해 병변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이다.

종전의 척추융합술은 옆구리에서 배까지 거의 60cm 가까이 잘라야 했다.

전세계적으로 시도된지 1,2년정도밖에 되지 않은 이 수술을 국내처음으로
시행한 영동세브란스병원 김영수교수는 앞으로 척추종양이나 염증제거에도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혈이 많아 내시경수술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뇌수술에도 내시경수술이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뇌하수체종양환자에게 코를 통해 내시경을 집어넣어
내시경과 레이저를 함께 이용한 수술을 시도해 성공을 거두었고 최근
개원한 경희대분당차병원에서도 뇌종양으로 수두증이 생긴 환자에게 뇌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내시경수술은 칼을 대는 개복수술에 비해 최소부위를 수술하므로 회복이
빨라 병원입원기간이 크게 짧아진다.

흉터도 적게 남아 미국 일본등에서는 전체수술의 30%정도가 내시경과
레이저등을 이용한 수술(LESS INVASIVE SURGERY)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시경수술이 아직 의료보험이 안돼 개복수술보다 수술비가
비싸지만 입원비가 크게 줄고 수술후 환자의 경제활동복귀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는 경제적이라고 의사들은 지적한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